충주의 맛, 막국수

시원하고 양념맛이 감칠맛 도는 막국수 한 그릇과 남한강 풍경

충청북도의 북쪽에 자리한 도시이면서 청주와 함께 오랜 시간 충청북도라는 지역의 중심역할을 했던 도시가 충주다. 충주는 사람들에게 신립장군이 탄금대에서 결사항전을 하다가 모두 전멸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남한강 물줄기가 도시를 따라 조용히 흐르고, 탄금대에 서면 시간의 속도가 조금 늦춰지는 느낌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생활의 시간이 오래 쌓여 있는 공간에 가깝다. 이곳을 방문해서 무얼 먹어볼까 생각하다가 막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강원도와 가까운 곳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막국수집들이 꽤나 많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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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이 흘러가는 이곳에는 중앙탑사적공원을 비롯하여 충주박물관과 풍류문화관, 충주체험관광센터, 충주의 남한강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충주를 방문했는데 어딜 갈지를 모르겠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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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방문한 음식점은 착한 가격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된 곳으로 주변의 다른 음식점보다 막국수의 가격이 2,000원 정도 저렴하다. 게다가 주문할 때 추가사리를 주문하면 사리값은 받지 않는다. 배가 상당히 고픈 사람들이라면 꼭 사리를 같이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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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한 온육수를 마시고 있으면 금방 주문한 막국수가 나온다. 주전자 이용해서 드실 만큼 적당히 담아가는 것이 좋다. 남는 온육수를 모두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요즘에는 들기름 막국수가 인기인데 막국수는 빨간 양념이 대중적인 메뉴로 삶은 메밀면에 들기름, 간장, 식초, 설탕, 참치액, 들깻가루 등의 양념장을 섞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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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말아놓은 메밀국수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막국수는 여름 대표 별미일 수 있지만 필자는 사시사철 막국수를 즐겨서 먹는다. 사리는 양념 때문에 초반에 같이 비벼서 먹는 것이 좋다. 메밀 성분이 더 높은 막국수 면발은 냉면보다 끈기가 부족하고 뚝뚝 끊어지지만 맛은 더 고소하고 담백하다. 국물을 많이 부으면 물 막국수, 적게 부으면 비빔 막국수가 되며 소금에 절인 오이와 식초와 설탕에 재운 무 그리고 시큼한 김치를 고명으로 올려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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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한 발이나 추위에 잘 견디면서 생육기간이 짧아서 흉년 때의 대작(代作)이나 기후 토양이 나쁜 산간 흉작 지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강원도에 유명한 메밀막국수집들이 많다. 메밀은 단백질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독특한 맛이 있어 국수·냉면·묵·만두 등의 음식으로 널리 쓰이는데 특히 국수에 많이 쓰여서 막국수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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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먹었다. 사리까지 넣어서 비벼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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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가을에 심는다고 했으니 메밀꽃 필 무렵은 1년에 두 번이 되는 셈이다. 오는 초여름과 가을에 메밀꽃을 볼 수 있다. 그럼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무렵은 정확하게 언제를 기점으로 했을까. 막국수를 시원하게 한 그릇을 해결하고 남한강을 걸어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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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를 흐르는 남한강이라는 명칭은 조선시대 때도 쓰였는데 영조실록에 '남한강'을 뜻하는 '남한(南漢)' 표기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골지천과 합류, 정선군에서 조양강이 되어 흐르다 정선군 가수리에서 지장천과 만나 동강이 되고 영월군에서 동강과 서강이 합쳐진 후, 충청북도의 충주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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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계절감 속에서 동굴 탐험부터 호반 전망, 감성 카페, 역사 유적까지 다채로운 코스를 즐길 수 있어 힐링과 체험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곳에서 전통을 만나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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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강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산책 코스로 좋은 곳이다. 역시 배가 어느 정도 불러야 풍경도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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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니, 이 도시가 왜 이런 음식을 오래 품고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여행지였다면 굳이 찾지 않았을 맛이지만, 충주처럼 강물이 느리게 흐르고 생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곳에서는 이런 담백함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자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맛,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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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무엇을 보았느냐보다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충주에서의 막국수 한 그릇은 특별한 장식 없이도 오래 남는 한 끼였고, 남한강을 따라 걷는 발걸음까지 이어지며 이 도시의 온도를 천천히 전해주고 있었다. 강물이 계절을 따라 흐르듯, 충주라는 도시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지켜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도에 맞춰 먹는 한 그릇의 막국수는 여행자에게도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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