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맛집, 시골통닭

옛 백제의 수도 부여에서 만난 그리움이 응축된 맛 통닭

이제 긴 설연휴가 끝나고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때에 어딜 가볼까 생각하다가 부여군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왕궁의 후원이자 최후 방어성이었던 부소산성에 오르면 낙화암과 더불어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백제 여인들을 기리는 백화정을 만나보고 금강 하류의 부여 일대를 가르는 백마강은 무령왕 시대 백강(白江)으로 불렸고, 역사적으로 '말(馬)'이 '크다'라는 뜻으로 써온 것을 감안해 '백제에서 가장 큰 강'을 걸어보았더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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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에서는 기존에 미더유로 지정된 음식점이 있었는데 요즘에 눈에 뜨이는 음식점은 충남 맛집이다. 부여의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 충남맛집 시골통닭집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기름기가 솔솔 풍기는 그 통닭은 따뜻함을 넘어서 뜨겁게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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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안쪽에는 2025~2026 충남 방문의 해를 알리는 충청남도 맛집이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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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하기 20여 분전에 주문을 해서 그런지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가 있었다. 기름기가 있는 통닭이니만큼 다양한 반찬은 주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그런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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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을 가면 마음껏 그리고 양껏 먹을 수 있는 야채다. 아삭아삭한 맛이 그만이다. 부여 로컬 맛집으로는 이른바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이 제대로인 통닭집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1975년 방순남 할머니가 문을 열었고, 이제 그 아들이 2대째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땅콩가루를 섞은 튀김옷은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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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오이도 빼놓을 수가 없다. 통닭은 한국 사람들에게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치킨이 일상이 되기 전, 통닭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시장 골목 어귀에서 커다란 솥에 기름을 끓이고,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종이봉투에 담아 주던 풍경은 한때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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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에는 가족들이 외식을 대신해 시장 통닭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많았다. 생일이나 졸업식, 혹은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통닭 한 마리가 식탁의 중심에 놓였고, 그 자체가 작은 잔치가 되곤 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메뉴가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통닭은 그 시절 가장 확실한 행복의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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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시골통닭집처럼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곳들은 단순히 닭을 튀겨 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런 기억의 시간을 이어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땅콩가루를 섞은 튀김옷이나 투박하지만 정직한 조리 방식은 새로운 유행을 따르기보다 예전의 방식을 지켜온 결과물에 가깝다. 그래서 이곳의 통닭은 화려한 양념이나 자극적인 맛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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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치킨이 빠르게 소비되는 음식이라면, 이런 시장 통닭은 시간을 함께 먹는 음식에 가깝다. 한 조각을 뜯어먹는 동안에도 기름 냄새가 배어 있는 골목의 풍경과 오래된 시장의 소리가 함께 떠오른다. 음식이 아니라 한 시절의 생활 방식이 같이 전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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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의 백마강을 따라 흐르는 시간처럼, 이 통닭집 역시 빠르게 변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행 중 잠시 들러서 먹은 간식 같은 한 끼였지만,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래된 기억과 현재가 겹쳐지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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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된다면 통닭을 한 마리 먹고 부여중앙시장을 방문해 보아도 좋다. 충남방문의 해에 부여군의 곳곳을 방문해 보고 부여군이 가진 그리움의 맛 통닭도 먹고 나니 조금은 풍요로워진 느낌이 든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기에 좋은 때다. 시장을 나서며 손에 남은 기름 냄새를 문득 맡아 보았다. 먹을때는 몰랐는데 깔끔한 과일을 먹어야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결국 이런 사소한 감각으로 오래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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