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시간과 식문화가 만든 부여만의 곰탕 맛집
일반적으로 먹는 한 끼의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지역마다 그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이번에 접한 음식은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왕곰탕집이다. 곰탕의 수육과 더불어 이 음식점은 시금치가 듬뿍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원래 음식점에서는 양념에 무쳐서 먹을 수도 있지만 그냥 같이 끓여 먹어도 괜찮은 그런 맛이 있어서 좋았다.
예전부터 충남 부여를 여행하다 보면 백제의 역사 유적과 함께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된 시금치가 들어간 왕곰탕집이다. 화려한 관광 음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역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진짜 밥집’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 부여다운 음식, 담백하지만 깊은 맛이 있는 이곳 왕곰탕의 가장 큰 특징은 맑고 깊은 국물에 시금치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곰탕이 고기와 국물 중심이라면, 이 집의 곰탕은 채소가 더해지면서 맛의 결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 오래 고아낸 사골 국물의 진한 감칠맛
✔ 시금치가 더해주는 은은한 향과 깔끔함
✔ 과하지 않은 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담백함
첫 숟가락을 뜨면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차분하게 스며드는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도 자연스럽게 찾는 모습이 인상 깊은 곳이다.
■ 왜 시금치를 넣었을까?
이 집의 곰탕에 시금치가 들어간 이유는 특별한 ‘연출’이 아니라 예전부터 이어져 온 생활 방식의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하다. 백제의 고도 부여는 예부터 농경이 중심이던 지역이었다. 국물 요리에도 자연스럽게 제철 채소를 더해 먹던 방식이 이어졌고 그 전통이 지금의 왕곰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즉, 이 음식은 새로운 레시피가 아니라 지역의 시간과 식문화가 만든 한 그릇이라고 볼 수 있다.
■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주목한 이유
『백반기행』이 이곳을 찾은 이유도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오래된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많은 음식이 강한 맛과 자극적인 요소로 기억되지만 이곳의 곰탕은 끝까지 먹어도 부담이 없고 속이 편안해서 좋다. 그래서 여행 중 한 끼라기보다 몸을 쉬게 해 주는 식사에 가깝게 느껴진다.
■ 부여 여행과 함께 들르기 좋은 식당
부여는 전통시장을 비롯하여 궁남지, 정림사지, 부소산성 등 역사 유적지가 밀집해 있어 천천히 걸으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이 왕곰탕집은 그런 일정 중간에 들러 과하지 않은 한 끼로 여행의 리듬을 이어가기 좋은 곳이다.
✔ 유적지 관람 후 편하게 식사하기 좋음
✔ 혼밥도 부담 없는 분위기
✔ 지역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생활형 맛집
조선 시대 이전부터 소고기를 활용한 탕 문화는 존재했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곰탕은 조선 후기, 특히 한양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왕실과 양반가에서는 사골과 양지, 사태 등을 오래 고아 맑은 국물을 내었고 이 음식이 점차 일반 백성에게도 퍼지면서 오늘날의 곰탕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곰탕은 설렁탕과 자주 비교되지만 설렁탕이 뼈를 강하게 끓여 뽀얀 국물을 내는 방식이라면 곰탕은 상대적으로 맑고 깔끔한 국물이 특징이다.
■ 한 그릇 속에 담긴 부여의 시간
여행지에서 특별한 음식을 찾기보다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래 먹어 온 음식을 만나는 순간이 더 기억에 남기도 하다. 부여의 왕곰탕은 바로 그런 음식이다. 진하지 않아 오래 기억되고, 화려하지 않아 더 편안한 맛이 있으며 백제의 시간을 걷는 여행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한 그릇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곳 왕곰탕집에 들러보셔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