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는 않지만 옛 추억의 맛이 담긴 노포의 매력
전국에 있는 도시는 저마다의 맛을 가지고 있다. 어떤 도시는 화려한 레스토랑과 관광지로 기억되고, 어떤 도시는 오래된 골목과 시장의 냄새로 기억된다. 대전이라는 도시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대전에 도착하면 먼저 성심당을 떠올린다. 하지만 대전역 주변을 조금만 걸어 들어가 보면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간판이 걸린 식당, 낮은 의자와 작은 테이블이 놓인 술집, 그리고 골목 어딘가에서 매콤한 냄새가 올라오는 풍경이다. 그 냄새의 주인공은 두부두루치기다.
두부두루치기는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두부와 채소를 넣고 매콤한 양념으로 볶다가 육수를 더해 끓여내는 음식이다. 화려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 사리를 넣고 비벼먹는 맛은 고소하면서도 푸짐한 그런 느낌을 부여한다.
이 음식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소박함에 있다. 두부는 화려한 식재료가 아니다. 강한 향이나 특별한 식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매콤한 양념과 어우러져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그 평범한 재료가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뜨거운 두부와 국물을 밥에 비벼 먹다 보면 어느새 한 그릇이 금방 비워진다.
아마도 이 음식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두부두루치기는 특별한 날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 속 음식에 가깝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들른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이다. 매콤한 국물은 하루의 피로를 조금 풀어주고 따뜻한 두부는 속을 편안하게 만든다. 대전역 주변의 골목에서 이런 음식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역이라는 공간은 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고 오래전부터 노동과 이동의 시간이 쌓여온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 주변에는 화려한 음식점보다 이런 서민적인 식당들이 더 잘 어울린다.
대전역 근처 골목을 걷다 보면 관광객의 시선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도시의 일상이 보인다. 퇴근 후 식당에 들른 직장인들, 단골집을 찾아온 사람들, 그리고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두부두루치기 냄비들이다.
요즘은 화려한 음식과 사진을 남기기 좋은 메뉴들이 인기를 끌지만 이런 음식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두부두루치기 같은 음식은 사진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먹는 사람의 하루와 함께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전역 주변의 골목을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도시의 진짜 맛은 유명한 관광 음식보다 이런 작은 골목 속에서 발견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두부 한 모와 매운 양념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이 도시의 시간과 사람들의 삶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날 두부두루치기에 막걸리 한잔은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