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의 어촌마을 장호항과 장호해변, 봄의 초입에서 방문해 보다.
동해의 끝자락에 자리한 도시 삼척은 어떤 도시일가. 어촌의 감성마을이 있고 가파른 언덕 위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을 볼 수가 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민들이 모여 함께 살면서 모여있는 마을 중에 장호항도 있다. 겨울이 끝나가는 시기, 계절은 늘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아침과 낮의 기온 차이가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의 결이 달라지고, 바다는 한층 부드러운 빛을 머금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삼척의 장호해변은 바로 그런 계절의 경계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다. 장호항과 더불어 장호해변을 걸어보면 삼척시의 속살을 만나볼 수가 있다.
밤에 방문해 본 장호해변은 흔히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지만, 화려한 수식어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이곳의 생활감이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사람이 바다와 함께 살아온 마을의 시간 속에 들어온 느낌이 더 강한 곳이다. 겨울의 마지막 풍경 속에서 바라보는 장호의 바다는 맑고 투명하지만, 여름처럼 들뜨지 않아 오히려 더 차분하게 다가온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파도 소리가 크지 않다. 동해 특유의 깊은 물빛이 잔잔하게 밀려왔다가 물러나고, 바닷속 바위와 모래가 그대로 보일 만큼 물은 맑다. 성수기의 활기 대신, 어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와 그 곁에서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의 풍경은 관광을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라, 삶이 이어지며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더 진솔하게 다가와서 좋다.
겨울 끝자락의 장호해변은 많은 것을 덜어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변의 색채는 절제되어 있고, 사람의 발걸음도 많지 않아 바다와 마을의 구조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그 덕분에 걷는 동안 생각이 복잡해지기보다 오히려 단순해진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처럼, 마음도 천천히 다음 시간을 준비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항구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작은 어선들과 어구들이 놓여 있다.
화려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이곳에서 이어져 온 생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호의 바다는 단순히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일터이자 삶의 기반이다. 그래서 이곳의 바다는 더 가까이 느껴진다. 바라보는 풍경과 살아가는 풍경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봄이 완전히 오기 전의 이 시기는 여행지로서는 어쩌면 가장 조용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호해변에서는 그 조용함이 단점이 아니라 매력이 된다. 성수기의 북적임 대신, 계절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 속에는 아직 겨울의 기운이 남아 있지만, 햇살은 분명히 봄을 향하고 있었다.
장호해변을 걷는 일은 특별한 체험이라기보다, 계절과 삶의 흐름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에 가깝다. 겨울을 지나며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보기 좋은 곳.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이 있는 곳이 바로 이 시기의 장호해변이었다.
계절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자리에서, 바다는 늘 그렇듯 같은 모습으로 사람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사람들의 삶 역시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을 알고 싶다면 야경과 함께 아침의 햇살을 만나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