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과 삼척시

삼척의 말린 오징어가 유독 맛있었던 임원항의 바다풍경

전국에 자리한 바다에는 다양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바다라는 공간이 워낙 예측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바다에서 삶을 유지했던 사람들은 안녕을 위한 다양한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내왔다. 삼척의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단순히 아름다운 해안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삼척에는 신라 시대의 여인이었던 수로부인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기록 속에서 수로부인은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의 아내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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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임원리에는 바다를 따라 이어진 길 위에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장소가 있는데 바로 수로부인헌화공원이다. 신라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하던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절벽 위의 철쭉꽃을 보고 감탄하자, 한 노인이 꽃을 꺾어 바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헌화(獻花)’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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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가져다주듯이 마음을 전달해 준다는 데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는 삼척의 먹거리를 구매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공원의 입구에서 수로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바로 앞에 자리한 임원향으로 방문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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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부인이 바다의 용에게 끌려갔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전설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화적 상상이 어우러진 동해안 특유의 서사를 보여준다. 헌화공원 입구에 서면 단순히 전설을 기념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옛사람들이 바라보았을 바다와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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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사라졌지만, 그 이야기가 태어난 자연은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 임원항, 전설의 바다에서 이어지는 오늘의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헌화공원을 지나 내려오면 만나는 곳이 바로 임원항이다. 전설 속 공간이 신화의 시간이라면, 이곳은 현재의 삶이 이어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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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항구에는 어선들이 조용히 정박해 있고, 해안가에는 동해안 특유의 건어 작업이 이루어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반건조 오징어다. 갓 잡은 오징어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아니라, 바닷바람과 햇살에 적당히 건조해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방식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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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차고 건조한 바람은 식재료를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보존하는 역할을 해왔고, 이러한 방식은 오랜 시간 지역의 생활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지혜이기도 하다. 줄지어 걸린 오징어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관광객에게는 특산물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계절의 흐름을 알리는 일상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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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와 삶이 함께 이어지는 해안 마을에는 수로부인의 전설이 전해지는 헌화공원과, 오늘의 생업이 이어지는 임원항은 서로 다른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흐름 속에 놓여 있었다. 옛사람들이 꽃을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오늘의 사람들은 바다의 먹거리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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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임원리는 거창한 관광지라기보다, 이야기와 생활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공간이다. 전설이 만들어낸 상징과 바다에서 이어지는 삶의 풍경이 함께 존재하기에, 이곳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특별한 경계 없이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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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따라 걷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마을을 바라보면, 오래된 설화와 오늘의 식탁이 결국 같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요즘에도 자주 꽃을 보게 된다. 삼척의 수로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고, 손에 닿지 않는 것을 향해 마음이 움직였던 그 순간이 오랜 이야기로 남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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