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바타 샌드위치
비가 온다.
올해 장마는 도무지 감을 못 잡고 있다.
많이 온댔다가 덜 오고,
어디는 어마어마하게 오고 사고가 나고 어디는 너무 더워 엉망이 되고
그래서 사실
내가 느끼는 장마는 내 방 밖으로 보이는 베란다에서 느껴지는 빗줄기가 다일지도.
조용한 주택가에 빗물통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가득하다.
보통 고양이들은 사실 근처에도 잘 안 온다던데,
만지려고 하면 냉큼 도망간다던데,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던데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나의 아이들은 고양이의 탈을 쓴 강아지 거나 그도 아님 사람이거나.
책상에서 일하다가 문득 뒤돌아본 침대에는
맘껏 배 까고 뒹굴거리다가 눈 딱 마주친 막냉이가 있다.
음?
사실, 음... 하며 당혹스러운 건 막냉이도 똑같겠지.
그리고 변화가 한 가지 생겼는데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젠 화장실만 가도
둘째와 셋째가 껌딱지처럼 졸졸 쫓아다닌다.
집 밖을 나가는 것도 아니고, 집이 광활하여 소리쳐 불러야 하는 것도 아닌데
여하튼 우리 애들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니, 너 물 튀잖아- 샤워를 하고 싶다고.라고 하소연해 봤자 소용이 없어
결국 나무 발판을 구매하고야 말았다.
그러니 이젠 나란히 앉아 양치를 하든, 세수를 하든지 간에 감시 모드다.
가... 가서 자.... ㅠㅠ
앉아서 조는 두 묘르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나 곁에서 내내 지켜줘야 한다라는 마음이 들 만큼 나, 그렇게 보이는 걸까.
이 작은 아이들 눈에도.
나는 괜찮다는데, 어쩐지 나만 괜찮다고 하는 듯 하다.
비가 오면 습관처럼 원태연 선생님의 '비비린내'라는 시를 떠올린다.
또 유지태님의 시낭송도.
마치 어렸을 때 했던 말 이어긋기처럼, '오리-꽥꽥' 혹은 '철수-영희' 같달까.
'비-비비린내 시낭송'이 되어버려 언제나 비가 오는 날엔 듣게 된다.
그리고 구워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치아바타를 꺼내놓는다.
두툼한 베이컨이 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튀겨지듯 구어지는 동안,
토마토를 썰고 상추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털어둔다.
소스는 허니 머스타드, 홀 머스타드, 그리고 마요네즈와 레몬즙을 적당히 섞어둔다.
조금은 달달히 먹고 싶기도 하여 연유도 조금 섞어 넣으면 준비는 끝났다.
넙쩍한 치아바타를 반으로 갈라 빵 양 면에 소스를 듬뿍 얹어 바른 뒤
차례대로 쌓아 반을 가르면 끝이다.
이 정도로도 꽤나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된다.
커피 한 잔을 내려 책상으로 돌아온다.
바깥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눅진하고 무거운 공기가 창문을 타고 넘어 넘실- 하고 넘어온다.
그 공기 사이로 푹신한 빵, 싱싱한 야채와 베이컨, 베이컨 위에서 살짝 녹은 치즈가 들어있는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한 입 가득 물곤 오물 오물 씹어본다.
시간이 흐른다.
공기가 흐른다.
아이들은 잠들었고
나는 지난 주 재계약을 끝냈다.
요즘 같은 스타트업 한파에,
안 그래도 내 나이 때 여성 멤버가 없는 이 씬에서
그래도 운 좋게도 연봉을 올려 재협상을 끝냈다.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급자가 꽤나 고심 끝에 내놓은 배려라는 건 알아
더 치열하게 따져 묻고 협상하는 대신, 빙긋 웃어보였다.
비가 온다.
충분히 슬플 일이라고 생각되어 울어버렸다.
비가 온다, 충분히 슬플 일이라 생각되어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