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어지지 않게, 모두 나쁜 건 아니라 말해주세요

모카빵

by 유리심장

자세하게 쓰려니 꽤나 구구절절해져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내가 참 싫다.


남들은,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갖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자신들을 상처 입혔다며 주변에 재잘재잘 말들도 잘 하던데,

나는 그마저도 서툰 모지리라 그렇게 뒤통수를 맞고 또 상처입는다.


상처라는 게 양날의 검 같은 건데

상처를 입힌 사람도, 입은 사람도 모두 다치는 건데



나의 뒤통수를 꽤나 세게 때린 이가 있었다. 후임이었고 팀원이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깨닫고 정말로 험한 말이 나갈까 싶어서, 혹시 정말 상처입힐 말이 될까봐

오히려 말을 못 하고 당한 쪽은 난데 도망다닌 것도 나였다.


그러다가 결국 오가며 마주치고 외면할 수도 있었지만, 말을 건넸다.

잘 되었으면 한다고. 잘 되길 바란다고.

말을 걸지 못한 건 혹여 감정적으로 다치는 말을 건넬까봐였다고.

화가 나거나 미워서가 아니라, 혹여 정말 상처입힐까봐 그랬다고.


하지만 다음날,

나는 어린 후배를 불러다가 또 마지막까지 '한 소리'를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전했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아,

상처를 입은 내가 상처를 입히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서성이다

전날 마주하며 조금 흘려버린 눈물조차 칼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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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빵을 굽는다.

좋아하는 커피와 좋아하는 건포도가 모두 들어가 있는 모카빵을 잔뜩 굽기 위해 강력분을 꺼내들었다.


인스턴트 커피 대신 커피를 내려 섞고 건포도도 다른 날보다 훨씬 더 많이 듬뿍 넣었다.

발효되고 다시 모양을 잡고 다시 발효되길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식탁에 앉아서

그래도 사람을 싫어하진 말자. 그래도 미워하지 말자. 라고 되새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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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다.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로부터 시작된 말은

나를 퍽 아껴 여러 모로 커버쳐주던 분의 난처해 하는 입을 통해 내게로 전해졌다.


만약 정말 그동안 나 때문에 힘들었다면, 괴로웠다면

오히려 직접 이야기하면 되었을 것을.


그리고 정말 이를 악물고 괴롭히고자 하는 상대를

우리 집도 아니고, 우리 부모 집까지 데려가서 일부러 해변가에 가서 바람을 쐬게 하고

우리 부모가 사주는 밥을 먹게 하고 그 먼 거리를 내 차로 데리러 갔다 데리고 오는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할 거다.


정말 내가 그 사람이 싫었다면

내 연봉 가지고도 두 번 이상 말하기 싫어하는 내 성격에

그 사람 연봉 좀 올려달라 임원을 조르고 조르고 또 조르진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에 그 사람을 꽤나 괴롭힌 선배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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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구어진, 아직 따뜻한 모카빵을 손에 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따뜻했고, 향긋했고, 달콤했고... 눈물이 났다.


파스스 부서지는 껍질을 손으로 쓸어 담으며 하나를 다 먹었다.

원래 작게 작게 만드는 통에, 모카빵 하나는 금새 사라졌다.


잠시 그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한 말이 나를 아끼던 분을 통해 나에게 전해졌다면

나도 다시 그 사람에게 가서 따져 물어야 하는 걸까.


그럼 정말 악순환이겠지. 그럼 정말 또 다른 시작이겠지.

그래서 내 선에서 멈추지만,


정말이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학을 떼게 되는 일들이 종종 이리 발생할 때면

누구든 나에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그저 그런 사람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또 무뎌지고

사실 정말 그러다가 해변가에서 예쁜 보석 하나 집어들듯

내 남자친구 같은 사람도 만나긴 하지만,


누구든 나에게 말해주세요.

사람이 싫어지지 않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사람이 싫어지지 않게, 모두가사람이 싫어지지 않게, 모두가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나쁜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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