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떨어져야 아름다운 사이예요, 인정하시죠?

미니 우유식빵

by 유리심장

브런치에서 점잖은 경고장이 날아왔다.

매일 써야지, 응? 꾸준히 쓰는 게 좋잖니, 한 번 들여다 보지 않으련?


나도 안다. 뭐든 꾸준히가 힘들지.

하지만 지금 이 회사 스케줄에 재직자 서비스 기획 과정까지 덜컥 신청해둔 데다가

이래저래 신규 고객사 오픈까지 걸려 쉬는 날 없이 출장에 출근에 다시 회의를 달리다 보니

녹초... 지난 한 달이 그랬다.


그리고 남들 다 쉬는 연휴, 나는 또 일을 붙들고 있다.

뭐, 내일 출근 후에 이틀을 쉬긴 하지만 나의 대체 휴일은 차곡차곡 쌓여 이번달에 계획대로만 쉰다면

밀린 대체휴일 9개에 연차 17개 합쳐서... 한달 내내 놀아도 나는 월급이 나온다.


... 좋아해야 하는 건가?


연휴 기간에 본가에 넘어갈 수 없었던 나는 연휴 전날인 수요일에 대체 휴일을 신청해두곤

잽싸게 화요일 퇴근하자마자 영종도인 본가로 날아가야 했기에 월요일부터 어머니를 위한 빵을 굽기로 했다.


작은 키만큼 양도 작으신 어머니를 위해 작은 미니 식빵과 밤 마들렌을 구웠다.

밤 마들렌이야 사이즈 대충 정해졌으니 괜찮고, 식빵은 작게 구울 수 있었다.


네모 머핀용 틀에 넣고 구우면 딱 이 사이즈 식빵이 나온다.

한입꺼리? 아버지야 저거 한 세 네 개는 드셔야 양이 차시겠지만, 어머니는 저거 하나로도 충분하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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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고 아버지고 늘 나만 보면 하시는 말씀이 적당히 일해, 다.

음... 평생 그리 보였나 보다. 일개미, 일 중독자, 뭐든 너무 열심히 해서 안스러운 애.

내 성질에 못 이겨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이야기 드려도 역시 부모님께는 안 먹히는 이야기인지도.


어느 때부터 연휴에 이번에 오니? 에서 못 오지? 내지는 안 올 거지? 로 질문이 바뀐 것 정돈 인지하고 있다.

일정 부분 죄송하기도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론 일정 부분 거리감이 있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일정 거리가 유지될 때
더 좋은 사이도 있다.
그리고 어머니도 나도 안다.
우리는 떨어져 있다 간혹 볼 때
더 애틋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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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을 해도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밥을 먹었는지 묻는대도 "밥 먹었니? 배고프겠다."와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고 뭐하니?!"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어머니는 후자와 같다.


그래서 나는 부던히도 어린날에서부터 일정 자란 순간까지 상처받았으며

어느 날엔가 20대 초반의 내가 어머니께 걱정할 거면 걱정하고 화낼 거면 화를 내든가,

두 가지를 믹스해서 던지지 말라고 날카롭게 받아친 그 순간도 기억한다.

나름의 반항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이자 어머니께는 가장 큰 칼날이었지만.


그 뒤로 다섯 아이들을 키우면서 참 새끼들(...) 내 뜻대로 안 된다를 깨달았고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런 방식으로도 걱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국 재작년엔가... 한 번 일이 터졌다.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내가 했다.

어머니와 크게 다투고 어머니께서 수술을 하셨는데도 찾아가거나 연락을 따로 하지 않았다.

중간에 아버지께서도 중재하셨지만, 아버지도 더는 강요하실 수 없을 만큼 크게 벌어져 버린 사이.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아예 연을 끊을 생각도 정말 했었다. 다신 안 볼 생각도 했었다.

어머니의 사과가 이어졌지만 나는 어머니의 사과가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사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짧게 회신했다.


아마 그 때 어머니는 처음으로 느끼셨는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이대로, 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고.

어린 딸이 아닌, 40대가 넘은 딸이 이토록 매정해본 적 없으니 정말로 잃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다시 연락을 드린 건 봄이 지나 여름이 시작되고도 좀 시난 시간이었다.

그 사이 어머니는 꽤나 여러 번의 장문으로 작성된 메세지를 보내셨다.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나를 떠올리셨고

주변 지나가는 아이 엄마와 아이를 보면서도, 때론 만들어둔 밑반찬을 보면서도 나를 떠올리셨다고

그렇게 여러 순간 나를 떠올리셨다고 했다.


어머니를 벌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더 길어지면 어머니의 죄책감을 너무 키울 듯 하여

연락했다. 이번 주말에 가도 되냐는 말에, 빛의 속도로 답장이 돌아왔다.

그럼. 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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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사실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어떻게든 넘겨가며

어머니와 나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어머니께서 그 말 스타일을 바꾸시려 부던히 노력하신 것도.


아마 결혼한 동생에게도 직접적으로는 아니고 이래 저래 돌려 물어보신 모양인데,

거기서 돌아온 대답도 역시 충격적이셨는지 한동안 생각이 많으셨다고 이야기하셨다.


안다.

그 때의 어머니는 나보다 어렸으며 그 나름 최선을 다 하셨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악의가 없다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다.

부모라고 해서 모든 것을 자식이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식이기에 모든 것을 부모가 참아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서로 너무 소중하기에 오히려 너무 가까이 붙어 상처내기 보단

조금 떨어져 각자의 속도대로 회전하며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가까워질 때 손들어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날 낮부터 시작된 빵굽기는 집에 돌아와 밀봉 포장까지 끝내고 나니 밤 10시였다.

비가 오는 밤.


조심히 와라, 라는 인사말을 메세지로 받으며 나와는 다른 공전 주기를 가진 별에게 그 밤,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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