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에 나온 그 건포도 식빵!!
꼬맹이 식빵
기억이란 건 참 이상하다.
어렸을 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라는 소설 안에서 갓 구운 빵 안에
직접 재배해 말린 건포도를 넣어 만든 건포도 빵이라는 것이 얼마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든지...
지금까지도 어쩐지 그리운 음식이 되어 있었다.
몇 가지 있다,
'나의 가출 일기'에 나왔던 버터 가득 스테이크와 딸기 아이스크림,
에쿠니 가오리 책 한 쪽에 나왔던 물양갱과 몽글한 푸딩 같은 거.
작은 미니 오븐에 오란다팬 소자에 구어낸 빵은
내 손바닥보다도 작아 한 입에 와랄라 먹어치울 수 있겠다 해서 와랄라 식빵이 되어 버렸다.
향긋한, 갓 구운 빵 냄새.
결국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사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올해는 퍽 많은 일들이 마지막 달까지 일어나고 있다.
첫째의 죽음. 뜻하지 않은 이직. 애송이 터진 물만두같은 남친.
그리고 드디어 서울을 떠나 살 결심까지.
그래봤자 경기도권이지만 내겐 일단 남은 네 아이의 안위가 우선이다.
지금 내게는 꽤나 간절하다.
밤이면 짙은 어둠이 내리고 풀벌레가 울고
바람소리, 눈이 쌓이는 소리, 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는 소리.
포근한 빵냄새. 고양이 살결 냄새. 잘 빨아 건조된 옷들의 향.
아직 방문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조금 외진 곳인 그 곳이 나는 어쩐지 맘에 들 것도 같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나는 늙는다.
또 한 해가 지나가며 절대 흩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독수리 오형제같던 아이들 중 하나를 잃었다.
많은 것들이 쉽게 사라지고 그리고 다시 쉽게 나타난다.
무언가 이젠 그만 안정되고 싶지만, 그 무언가가 나를 끊임없이 뒤흔들어 놓고 바꿔놓는다.
나는 이제 늙어 그런 넘실거림을 감당하기 싫어지고도 있다.
이제 곧 나는 반세기를 살아간 인간이 된다.
다음엔 버터쿠키를 구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