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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May 27. 2022

안아 키워진 우리

안아주지 않아서 안 맞는 걸지도…


안아 키워진 우리
안아주지 않아서 안 맞는 걸지도…


며칠 전 저는 특별한 분을 만나기 위해 나갔습니다. 그분은 앞으로 계속 거기? 계실 분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이었습니다. 시간은 많다며 "다음에 봐요~ 또 다음에 우리 만나요~" 하다 보면 지금 그 모습을 영영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보글보글 글쓰기)이 있었지만 던져두고 만나러 갔습니다. 유명한 셀럽을 만난 것처럼 들리는 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특별한 분은 바로 뱃속의 아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대표적인 상징, 엄마 속에 들어있는 아기를 만나러 간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와락 안고 그녀의 배에 손을 대고 천사를 느껴보고 싶었습니다만, 사실 그날 아기뿐만 아니라 엄마인 그녀도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얼굴도 모른 채 온라인 글방에서 서로를 글로만 몇 개월째 만나다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글로 이미 조금은 알고 있는 우리지만 쑥스러워서 이것저것 일상의 말들을 나누고 눈빛으로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되고 있는 그녀와 아기를 만나 제 마음으로 연결해 아이에게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반기는 이 세상의 또 다른 에너지가 곁에 이렇게 많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무지갯빛 옷 색깔 안에 감싸진 볼록 나온 배, 그 속에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고, 에너지를 느끼고 있을 아기천사를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으니 신비롭고 감사함이 더 올라왔습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아기와 함께 있으니 이전보다 모든 것이 더 잘 되고 있다는 행복한 엄마의 목소리를 배 안의 천사는 듣고 느끼고 있었을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어 아이에게 감사하고,

가족을 사랑으로 이어주게 만들어주어 감사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더 친밀한 현실 연결을 가지도록 만들어주어 감사한 아기.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의 뇌에 그 감사가 전해져 아이를 순간 반짝하고 웃게 만들었겠지요? 매 순간 완벽하게 연결된 하나의 시간 속에 사는 두 사람이니까요.


반가웠던 만남이 끝나고 저는 집에 돌아와서 브런치 공동 매거진, 보글보글에 쓸 지금 이 글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주제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라니요! 글을 쓰려고 보니 천사를 보고 온 환희의 제 현재 상태에 이번 주 주제가 '나하고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이 막힌 상태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회피였습니다. 저는 주제 없는 자유 글을 온라인 글방에 연습 글로 매일 써대고 있지요. 하지만 마감이 정해진 주제가 있는 글은 다르게 느낍니다. 주제가 정해진 글을 쓸 때는 가끔 나와 너무 안 맞는다고 변명하며 일주일 동안 회피하고 마감날 밤에 겨우 글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뱃속의 별을 만나고 온 그날 오후, 저는 무지개 빛깔로 배를 감싼 엄마의 옷 속에 쏙 들어가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날 오후,우리집 해먹 안에서 잠시..


환상이었을까요?

저는 온몸이 꽉~ 안겨 출렁출렁 엄마와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하늘과 바람의 냄새를 맡고 빛과 그림자의 어른 거림 속에 깜빡 잠이 들었었습니다. 조용히 엄마의 뱃속에 들어가 본 시간. 저는 천천히 동그란 하얀 점으로 빛의 점으로 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온했습니다. 솔솔, 흔들흔들... 그러다 어디선가 갑자기 들리는 선거 유세 소음 때문에 무지개 빛깔 너머 현실세계로 툭 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 한 번씩 뱃속의 아기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이, 또 자연이라는 신이 안아 키워준 존재였습니다. 신의 대리인인 엄마라는 존재는 신이 이전에 그 엄마를 또 안아 키웠고, 그 전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키워주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지금 엄마라는 신과 자연의 에너지로 키워져 있습니다. 모두 안아 키워진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눈을 감고 안으면 됩니다. 너와 내가 맞고 안 맞고 하는 인간의 말로 가르기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아봅니다. 안겨보고 또 안아봅니다.

눈을 감고 말을 하지 않을 때 다시 엄마의 뱃속, 신의 품속에 안겨 무한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상대를 믿고 사랑으로 안아주면 될 것입니다.  눈을 감은 것처럼 뜨고 살아 본다면 어떨까요? 입으로 말은 할 수 있지만 상대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사랑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안아줄 두 팔을 벌리고 뜨거운 심장 가까이 다르게 울리는 고동을 마주하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다른 대상과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때론 맞지 않다고 불평하며 희생자나 구원자 모드의 패턴대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눈을 뜨고 본 것에 판단을 하게 되어서 일까요? 말을 해서 자꾸만 상대를 바꾸거나 자신을 책망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까요?


고통과 병, 경제적 파탄, 상실, 이별 등 하늘이 두쪽 나는 인생의 큰 고비를 통해 깨닫는 '계기'가 필요하신 가요? 아무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원치 않는 사건을 통해 배우는 것은 사실 인생의 긴 안목으로 보면 큰 깨달음을 얻고 성장할 수 있을 값진 기회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은 어떨까요?

경험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기'가 하나 있다면요?


그것은 바로 '잉태'입니다.

내 안에 내가 아닌 존재를 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키워내기까지 하는 일입니다.

그 존재는 나와 다른 얼굴과 외모, 성별에 다른 개성을 가진 고유한 존재입니다. 그 다름을 완벽히 껴안는 연습을 열 달이나 연습하는 일입니다.


여성은 ‘잉태’라는 단어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존재입니다.  우리 내부에서 어떤 현상이 생겨 점점 자라나는 것을 정신적 과정은 물론이고 실제적 피부 감각으로도 경험해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직접 경험하면 그 단어가 가진 진정한 힘을 우리가 쓸 수 있습니다.  


직접 잉태를 할 수 없는 남성이나 다른 분들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내의 임신이나, 아이를 가진 주변의 아기 엄마를 가까이에서 만나게 되면 그 과정을 축하하거나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는 일도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이 탄생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예전에 들어보았어도 나의 엄마가 소중한 경험을 더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자세하게 또 물어보세요. 엄마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다 보면 힘들었던 입덧 이야기도 있겠지만,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다 입가에 미소가 스치는 순간의 충만한 엄마를 가까이서 잘 들여다 볼수도 있을 것입니다.


완벽하게 나와 다른 존재를 품고 다르게 뛰는 심장이 제 안에 있던 경험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을 주었습니다. 뱃속의 아가의 존재를 믿듯 '사랑'과 '믿음'만 가지고 아무런 평가와 비교가 없는 상태에서 인간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음을, 오히려 그렇게 해야 더 잘 클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사실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무척 길지만 먼저 잉태의 시간 천천히 자신과 완전히 다른 존재를 품을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질적인 존재,  맞는 누군가를 만났을  상대를 바꾸지 않은 채로 그대로 품을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기억해보았습니다.


이 순간, 슬쩍 다가와 하나인 우리를 사진 찍어준 남편, 감사합니다..


내 아이와 나도 서로 꼭 안아 봅니다. 무지갯빛으로 감싸진 어머니의 품으로 함께 들어가 살짝 눈을 감습니다. 그 속에서 나와 다른 내 아이와 제가 하나가 되어봅니다. 꽉 안겨진 상태로 우리의 심장의 고동에 맞춰 함께 흔들흔들 움직여집니다.


햇살이 반짝이고 하늘은 여전히 수만 년 전 하늘과 똑같이 푸르게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삼십 년 된 감나무에서 새로 나온 아기 잎이 우리를 내려다봅니다. 감꽃이 툭 하고 얼굴로 떨어집니다. 간지러워 "와하하~" 웃음이 터지며 잠시 하나가 되었던 우리는 다시 무지갯빛 세상 밖으로 나와 따로 떨어집니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똑같이 딱 맞으면 안 됩니다. 달라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양함을 경험하려 우리는 하나에서 떨어져 나와 세상을 "와하하~" 하고 뛰어다닙니다. 아이를 쫒아서 뛰어다니는 놀이를 하다 힘들 때 풀썩 앉아 쉬면 어느 순간 보입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았던 감추어진 존재가 내 눈앞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아이로 자라 멋대로 뛰어다닙니다. 믿고 바라보는 것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영혼이 채워지길 원할 때 그저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신’ 인양 내키지 않은 상태로 억지로 품어서 서로를 다듬고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신의 사랑을 받고 태어나, 사랑을 주기도 하는 존재의 무지갯빛 놀이터는 억지로 조화로움을 강요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조화로움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신비한 놀라움을 보고 단지 즐기면 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조화롭다' 할 때 쓰는 '조화(調和)'는 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입니다. 하모니와 (harmony), 밸런스 (balance)로 자주 쓰지요.


하지만 다른 조화도 있습니다.

조화(造化)의 한자어 '조'에는 신에게 기도하고 고하는 글자 告(고할 고)가 들어있습니다.

조화(造化)
 '만물을 창조하고 기르는 대자연의 이치 또는 그런 이치에 따라 만들어진 우주 만물.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신통하게 된 일, 또는 일을 꾸미는 재간' (네이버 어학사전)

영어로 mysterious, marvelous, wonderful로 쓸 수 있겠지요.


저는 균형의 조화로움도 좋지만 신비롭고 놀라운 대자연의 이치라는 조화에 몸을 그대로 맡기고 살아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조화되어있는 존재였던 것임을 결혼과 잉태와 태어난 아이를 통해 깨닫고 있으니까요.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나를 그리고 모두를.

우리 만나면 부끄러워 말고 조용히 꼭 안아볼까요?

글로 제 심장의 고동을 전해봅니다.

들리시면 마음으로 안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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