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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May 27. 2022

어떻게든지 버티고 이루며 살아간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

1. 손가락이 짧고 굵다. 기타와는 너~~ 무 안 맞다.

청년기 때부터 기타를 배우려다가 몇 번을 포기했습니다.

한꺼번에 세 줄이 터치되고, 세 칸을 잡아야 하는 경우는 손을 최대한 찢어도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떻게든지 해보겠는데, 손가락이 예민해서 조금만 잡고 있어도 너무 아팠습니다.

게다가, 손가락 끝으로 느껴야만 하는 직업이어서 손가락 끝이 굳어지면 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결국은 포기했었습니다.


2. 고 1 때 적성검사 결과 예체능이었다. 문과였다. 지금 직업과는 너~~~ 무 안 맞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은 제가 가야 할 길을 정해 놓으셨었습니다.

장래 희망은 초지일관 같았지요.

그런데, 적성검사 결과 예체능이 나왔습니다.

전혀 소질이 없는데.

코웃음을 쳤지요. 적성검사 엉망이라고.

그 후로 41년이 흘렀습니다.

적성검사가 맞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달리기는 잘 못해도 손으로 하는 스포츠는 잘할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습니다.

예능 프로를 보면서, '내가 ㅇㅇ보다는 더 잘하겠다'라고 자신할 정도로 예능감이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검증을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하는 짓을 보면, 문과요 예능입니다.

재미도 없고, 매일매일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지금의 직업을 30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만하고 싶을 정도입니다.ㅠㅠ


3. 나는 지성인이다.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여름과는 너~~~~ 무 안 맞다.

세수하고 나서 30분도 되기 전에 이미 얼굴에는 기름기가 좌르르 흐릅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온 몸에 종기를 달고 삽니다.

피지 제거 용지를 코에 붙이면 금방 축축해져 버립니다.

피부가 온통 지성이다 보니 더운 여름이 너무 힘듭니다.

열대야에는 아무리 씻어도 찐득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기에 제습기를 돌리고 에어컨을 틀고 자야 합니다.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씻기 전에, 가슴이나 등이나 신체의 어느 부분에라도

리모컨은 물론이요 숟가락 젓가락 등 웬만한 무게의 물건들은 붙일 수가 있습니다.

묘기죠.


1. 손가락이 짧고 굵지만, 기어코 기타를 배웠습니다.

손가락 끝이 예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짬밥이 되었기에, 손가락 끝을 계속 손톱으로 눌러서 단단하게 만들고, 짧은 손가락을 직각으로 세우는 연습을 하고, 손가락 사이를 자주 벌려줘서 

조금이라도 기타 배우기에 용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타 선생과 만나서 배웠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웬만한 곡은 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신체적 요건 상 소리가 맑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만족합니다.


2. 지금 직업과 전혀 맞지 않지만, 아직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가족들과 먹고살아야 했기에 저의 직업이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부모를 봉양하고, 가족들이 먹고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 저의 직업은 부족함이 없었으니 더더욱 몰랐습니다.

아이들 다 키우고, 조금 살만해지니 배가 불러서인지

출근하는 것이 겁나고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쉬는 날만 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모든 직장인이 다 동일하겠지만,

저는 좀 더 심하게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어릴 때부터 감정 소비와 일을 너무 많이 해서인지,

직업상 감정 소비를 심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날마다, 매시각마다 마음을 다독이며 버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하고 싶은, 제가 가장 재미있어할 만한 것을 할 때가 올 것이라 믿으며.


3. 건성건성 살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좀 예민한 편입니다.

특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나, 감정을 건드는 말에는 꽤나 예민합니다.

좀(?) 꼼꼼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지금까지 가족들의 생일을 비롯한 모든 기념일을 한 번도 챙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친인척의 생일도 마찬가지고 조카들의 생일과 무슨 날들을 너무 잘 챙기며 살았습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신경을 끄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오지랖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오지랖을 최대한 줄이려고 다짐했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추운 나라로는 가고 싶지 않고, 여름에만 이라도 건조한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그럴 형편이 못되어

올여름도 찐득찐득과 사투를 벌여야 하네요.

잠을 잘 자야 건강하니까.

그래서, 무풍 에어컨을 큰맘 먹고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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