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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Aug 12. 2022

축제로 돌아온 ‘어머니들의 밤’

우리 집의 8월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소개합니다.


한동안 쏟아지던 비에 하늘 위 가득했던 먹구름이 오랜만에 걷혔다. 달 밝은 밤, 신비스러운 보름달을 보고 있으면 옛날 사람들도 여름날 시원해진 이 밤의 기운 속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축제를 벌이기에도 좋았을 것 같다.


중세시대에는 <어머니들의 밤>이라고 불리는 날이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 여신의 축일이었다고 하는데 가면극을 하고 주술적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대해 검색하다보니 종교가 아주 중요했던 그 시대, 로마교회에서는 이교도의 축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앵글로색슨족의 어린이날인 ‘Yule day’를 크리스마스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전날인 Eve가 바로 어머니들의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크리스마스이브는 사실 ‘어머니들의 밤’이었던 것이다. 이름마저 너무 매력 있는 날이 아닌가? 어머니가 되고 보니 이런 날이 크리스마스로 사라져 버린 것이 놀랍고 못내 아쉽다.


종교재판을 받던 오래전, 현명한 나이 든 여자들은 모두 죽임을 당해야 했다. 여신을 숭배하던 사람들은 마녀를 숭배한다고 몰리면서 수많은 여신의 이야기들은 비밀스러운 상태로 묻혀버렸다. 이제 그런 마녀사냥은 끝이 났지만 여신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어딘가 비밀스럽게 덮여 미신이나 주술적인 이야기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위키디피아 네미 호수


하지만 눈에 띄는 축제 하나가 있었다. 8월 13일에서 15일까지 보름달이 뜨는 날 이탈리아에서는 ‘네모랄리아 축제’가 열린다.

로마 신화 속 ‘디아나 Diana ’ (다이애나) 여신의 성소인 이탈리아의 네미호수에서 횃불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여성과 아이들의 수호신으로 알려진 ‘디아나’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이며, 모계사회의 어머니의 여신인 디아나를 숭배하는 축제에는 모든 여성과 노예가 노동에서 해방되어 쉬고 먹고 놀았다고 한다. (아 엄마 그만하고 놀고먹고만 싶어라)


네미 호수_윌리엄 터너 1828_ 테이트 갤러리/  Diana the Huntress_ Guillaum Seignac  


크리스마스 속으로 들어가 버린  <어머니의 밤> 같은 여성들의 축제처럼 현대에도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손녀 3대가 즐기는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서는 자체적으로 그런 행사가 있어왔다.


특정 종교가 없는 우리 집은 부처님 오신 날, 개천절, 크리스마스 등 모든 신의 탄생일도 휴일도 명절도 축제로 즐긴다. 그리고 중요하신 분들의 탄생일 못지않게 우리 가족의 생일도 물론 축제처럼 생각하고 있다.


특히 8월은 우리 집안의 <어머니의 밤> 같은 생일파티 기간이 있다. 외할머니- 엄마- 딸의 생일이 며칠 간격으로 줄줄이 주욱 붙어있기 때문이다.(15일, 17일, 23일)  마치 신화 속 페르세포네-데메테르- 헤카테의 세명의 여신 외에도 아라디아- 디아나-헤카테 또, 달의 단계를 의인화한 여신 셋인 초승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만월의 여신 셀렌느- 그믐달의 여신 헤카테의 삼위일체의 여신처럼 우리 집 여성 3대의 생일 덕분에 딸이 탄생했던 2012년 이후 10년동안 8월 중순은 우리 집의 큰 축제주간이 되어왔다.


크리스마스 또한 나와 딸에게 중요한 날이다.

딸을 잉태한 것을 알았던 날이 크리스마스이브였던 터라 태명을 ‘이브’로 만들고 “이브는 이쁘네~”하고 늘 이쁘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난 이브-이쁘로 불리던 내 딸은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엄마 뱃속에서 존재를 알린 날이라 생명의 시작부터 엄마에게 '감사한 선물처럼 와준 아이'라는 말을 언제나 기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한 3 25일을 찬양했던 것에 기인해서 임신기간 9개월을 더해 12 25일이 크리스마스가 되었다는 설이 있는 것처럼 잉태와 탄생의 스토리가 크리스마스와 연결되어있는 딸아이의 탄생도 크리스마스와 관련이 깊다고 우리끼리만의 탄생신화도 마음대로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집안 여자들의 축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이 한주는 매일이 축제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친구와 친척들과도 연락을 드리며 서로 축하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선물을 나누는 것이 크리스마스와 비슷하다.


그런데 올해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기대가 부풀었던 아이들에게 유감스럽게도 엄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옮아갔다. 남편은 비켜갔지만 아이들 한 명씩 한 명씩 감염을 이어가느라 8월 내내 사실 고통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이제 격리의 기간이 끝나 달력을 보니 방학이 끝나가려고 하고 있다. 남은 날짜를 세고 있는 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제 곧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3대의 축제를 위해 부산의 외할머니 헤카테 여신께 준비를 부탁드렸다. 가슴에 큰 사랑의 힘을 품고 세월의 지혜를 가진 현명한 할머니 원형인 헤카테가 아이들을 돌보는 어머니 여신 데메테르 원형으로 살고 있는 나를 도와주러 달려올 것이다. 코로나로 잠시 지하세계로 하강했다가 오늘부터 격리 해제하고 지상으로 올라와 고통을 이겨낸 페르세포네 원형을 가진 손녀딸을 위해 헤카테 부산 할머니는 지켜봐 주고 돌봐주는 치유의 힘을 우리 곁에서 행해줄 것이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던 할머니 여신이 딸과 손녀를 안아줄 우리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감사와 행복의 시간으로 다시 꽉 채워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신들의 축제처럼 가면극과 주술적 노래는 아니더라도 춤과 노래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보여드릴 준비가 완료되었다. 디아나 여신의 성소인 네미호수가에서처럼 횃불로 불을 밝혀 달빛 아래 강물에 비추어 보이는 의식을 치르는 화려한 축제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우리 집 식탁에 가족을 위한 소박한 저녁을 준비하고 작은 촛불을 켜고 서로의 얼굴에 어른 거리는 미소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어머니들의 밤>이면 충분하다.


다가올 우리만의 8월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어머니들의 밤> 축제가 우리 집에서 작게 부활할 것이다. 산타 엄마는 할머니와 딸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축제 준비에 고민이 늘어가는 중이다.


감사합니다.


*지난주 보글보글은 제가 코로나로 앓게 되느라 쉬었습니다. 지난번 남편이 앓은 후 격리를 무사히 끝냈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피해 갈 수 없이 저와 아이들 둘이 차례로 코로나를 경험하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 관련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크리스마스의 유래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했습니다. 큰 지식이 없는 상태로 이것저것 읽어보다보니 크리스마스의 유래도 사라진 어머니들의 날도 아주 흥미로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고 자료로 링크 첨부합니다.

로마제국 전체와 그리스에서 12월 25일을 공휴일로서 축하하는 최대의 이교 예배는 이교 태양신 예배인 미트라(Mithra) 종교였는데, 이 겨울 축제를 태양의 탄생일(the Nativity of the Sun)이라고 불렀다. 이뿐 아니라 오시리스, 호러스, 헤르쿨레스, 박카스, 아도니스, 주피터, 탐 무스와 그 밖의 다른 태양신들도 동지 날이 그들의 생일이었다. 동지는 오시리스로부터 주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태양신들과 미트라 신이 그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때였던 것이다. 영국에서 잘 알려진 크리스마스에 해당하는 이름인 “율데이”(Yule day)는 이것이 이교 바빌론에서 왔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 12월 25일은 앵글로 색슨족들에 의해 “율데이” 혹은 “어린이의 날”이라고 불렸으며, 바로 그 전날 밤(Christmas Eve)은 “어머니의 날”이라고 불렸기 때문에, 12월 25일이 원래 어떤 날이었는지는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는다(“세미라미스와 그의 아들 탐 무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이들은 기독교와 접촉하기 훨씬 전부터 이런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 링크 http://www.biblemaster.co.kr/bbs/board.php?bo_table=B44&wr_id=80)


597년, 캔터베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영국 전도를 개시했을 때, 크리스마스는 로마교회의 3대 축일의 하나가 되었다. 그는 이듬해 크리스마스에 1만 명 이상의 앵글로 색슨인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한다. 약 1세기 후, 베다는 이 날이 원래 <어머니들의 밤>이라고 불리며, 어머니인 여신의 축일이었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개종해도 관대한 교회의 자비에 의해서 죄 없는 이교의 축제를 즐겼던 것이다. 그들은 상록수로 장식하고 율의 통나무를 태우고, 가면극이나 주술적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이와 같이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율과 탄생절의 습합으로서 성립하고, 앵글로 색슨력은 이날부터 신년을 기산 하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크리스마스_종교학 대사전_중세> 출처 링크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631271&cid=50766&categoryId=50794

*표지그림 헤카테 여신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관련 이미지)


* 지혜의 여신 헤카테에 대해서나 여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정신과 의사인 진 시노다 볼린의 책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도서출판 또 하나의 문화)를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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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주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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