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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Dec 16. 2022

자책이냐 자축이냐

Good Fellows 이승환 굿 펠로우즈 공연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년간 빼곡히 써온 다이어리는 손때가 묻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메우고 있습니다. 올해 제 다이어리 먼슬리 페이지의 마지막 장은 콘서트 일정으로 반짝입니다. 첫 주 토요일에 엄마와 공연을 본 것을 포함해서, 둘째 주 셋째 주 2주 연속으로 형광펜으로 강조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남편이 오랜 음악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연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남편은 싱어송라이터, 음악감독, 정지찬입니다)


Good Fellows 공연 제목 그대로 좋은 친구들의 무대였습니다. 이승환 님의 노래를 함께 만들어간 작곡가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팬들과 아주 가까이서 호흡하며 노래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공연입니다. 지난주 금토일에 이어 이번 주도 목금토일, 12월 18일까지 이어갈 예정이지요.



이번 공연 기간에는 이승환 님의 생일이 있었는데 개인 sns를 통해 팬들에게 선물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더라고요, '승환이가 승환이에게' 엄청 좋은 기타 선물을 이미 해주었으니까 괜찮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팬들은 응원하는 마음을 이승환 님이 평소 공연으로 오랫동안 수익을 기부해왔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등 너무나 멋진 팬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면서 자신을 축하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평상시에 자축보다 자책을 더 쉽게 하는 편이니까요.


최근 여러 가지 챌린지에 참여하는 자기 계발이 붐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모닝 루틴의 여러 가지를 체크하고 밤마다 자신을 평가하며 계획했던 체크리스트의 달성량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제가 그랬었고 현재도 어느 정도 그러합니다. 그러다 보니 걸핏하면 성취에 따라 자신을 판단하기 일쑤였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공장이 된 듯 생산율, 작업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어 가혹한 평가를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저 강박적인 체크리스트로 다이어리를 쓰며 자기만족을 목표로 가다 보면 더한 강박만 추가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잘하면 자축, 못하면 자책?


이렇게 자신을 혹독히 평가하며 사는 것은 진정 행복한 자기 계발의 시간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자축하다'는 말은 알고는 있지만 '자축'이라는 단어를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신적 있으신가요?


자축 (自祝)

자기에게 생긴 좋은 일을 축하함 (국어사전)

자축의 축은 한자로

'祝' 빌다, 기원하다, 축하하다의 뜻이 있습니다.


兄(형)은 여기에서는 형제(兄弟)의 형이 아니고 입구(=口)의 부분(部分)을 강조한 사람의 모습이며 기도(祈禱)의 말이 신비(神祕) 로운 작용(作用)을 함을 나타냄. 示(시)는 신(神)을 모실 때 쓰는 나무 받침이며 신(神)이 거기에 들린다고 함.(네이버 한자 사전)


축이라는 글자에는 보통 축하할 때 쓰는 뜻 이외에 제단 앞에서 축문을 읽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듯, 신에게 제사가 시작됨을 고하는 즉, 기원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삶을 성과나 결과 위주의 평가로 나와 타인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삶에서 바라는 모습을 기원하며 이루어진 그 장면들을 마음속에서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편입니다.


제 다이어리에 맨 윗줄에 주문처럼 매달 적는 문장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 이루어졌습니다"

자축의 말입니다.

스스로 감사하고 기원하며 이미 이루어졌음을 느끼는 문장이지요.

축이라는 한자에 기도의 말의 신비로운 작용에 대한 언급이 있듯이 항상 내가 적는 다이어리가 기도드리듯 감사일기로 바뀐 후로 일기만큼 삶에도 신기할 만큼 감사할 일이 늘어났습니다.


자축한다는 것은 단순히 나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하거나 선물할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나를 타인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추어 '그래야만 해' 하는 내부, 외부의 압박을 멈추는 일입니다. 나와 타인을 성취의 잣대 결과물로 판단하지 않고 얼마나 내가 자유로운가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축하할 수 있다면 자축은 자신을 위한 따뜻한 축제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무대에서 자기가 만든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래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남편의 모습이 정말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과 또 그것을 함께 좋아하는 관객과 나누는 시간은 얼마나 즐거울까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글을 나누고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과 그 글들을 공유하며 이번 일 년을 보냈습니다. 글 친구들과 주중 매일 글쓰기를 했고, 브런치에서는 매주 발행일을 오늘처럼 맞추기 위해 늦게까지 쓰느라 허덕 거리기도 했지만, 결과물의 완성도나 하트 개수 조회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우직하게 끈기 있게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쓰는 습관을 들이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노력에 대해서는 자축을 해도 좋겠구나 싶습니다. 한자의 축은 기원의 의미가 크니 과거에 썼던 그간의 글보다는 앞으로의 글에 정성을 더하기를 기원하며 자축을 하고 싶습니다. 질적 부족함을 양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바람에서 그렇습니다.


보글보글 글놀이는 진정으로 자유롭게 쓰는 공간이었습니다. 제한된 주제로 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었던 글쓰기였습니다. 이곳에서 서로의 생각과 글들을 읽어보며 나누었던 글 친구들과의 일 년의 기간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더 정성을 들이지 못한, 더 댓글로 소통을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자책보다 자축을 하며 내년 이맘때 또 자축이라는 주제가 있다면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상상해보며 앞으로를 기원하는 자축의 시간을 마쳐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보글보글 글놀이
12월 2주
"자축"

*매거진의 이전 글, 청산별곡 작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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