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자축'
이번 주 보글보글 주제는 <자축>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자축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은,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꽤나 복잡한 성격의 사람입니다. 특히 엄마일 때 더 그렇습니다.
잔소리쟁이는 되고 싶지 않지만 할 말은 어떤 식으로든 기어이 하고 마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알아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고 싶지만 알아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일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극성을 떨기도 합니다.
육아, 가사에만 매몰되어 '나'를 잊고 사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 열심히 제 몫의 일을 찾아 하고 있지만 자식 잘 키운 사람, 살림 잘하는 사람도 되고 싶습니다.
자녀의 입시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삶, 그들의 몫이라며 쿨한 척합니다만, 수시 발표를 앞두고 귀 먹먹함, 난청과 어지럼증을 동반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습니다. 큰아이의 입시 때는 온몸을 돌아다니는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작은 아이 때도 어김없이 몸에 신호가 왔습니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초조하고 조바심 나는 마음을 온몸이 견뎌내고 있는 중입니다. 우연히 안 좋은 컨디션의 원인을 입시와 연관 짓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가 원하는 학교만 떠올리면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이 벌써 수일째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자축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꼭 안아주고 싶지만, 내일 수험생의 어미로서 받아야 할 축하의 몫을 빼앗길 것이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동안 88시간의 디베이트 봉사를 했고 144시간의 강의를 하면서 열심히 산 저를 칭찬하고 싶습니다만, 아직 4시간의 봉사가 더 남아 있으므로 참겠습니다.
2022년 1월부터 169개의 글을 썼고 보글보글 매거진에서 1년간 수요일을 맡아 한 주도 거르지 않았던 것을 축하하고 싶지만, 아직 두 번의 수요일이 더 남아있고 몇 편의 글을 더 쓸 테니, 그것 역시 참겠습니다.
'자식과 부모의 삶을 분리해라, 너의 삶을 살아라,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장하다 축하한다 그 말 한마디를 못하고 웬 전전긍긍에 호들갑이냐'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라도, 축하는 내일 저녁으로 미루려 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김장훈 작가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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