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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Mar 04. 2023

소도 살리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보글보글 글놀이 <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

"청소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에요. 화나면 막 청소해요."

형님에게 깔끔한 집의 비결을 물었을 때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명절에 방문하는 큰형님네 집은 언제나 말끔했다. 주방은 늘 물기 없이 반짝였고, 북적이는 가족행사가 끝난 뒤에도 금방 원상태로 재빠르게 정리를 하셨다.

나는 늘 궁금했다. 어떻게 힘든 청소가 스트레스 해소법이 될 수 있는지, 원래 깔끔하신 형님이시라 그럴 거야 하고 그저 대단하시다고만 생각했었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떠올릴 방법을 대충 써보았다.


- 책 읽기

- 꽃구경

- 친구들 만나 수다

- 햇빛 샤워

- 음악 듣기

- 나를 위한 선물 사기

이 정도는 누구나 하고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런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니 조금 더 궁리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언뜻 생각나 위에 써본 해소법들을 하나씩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내가 주로 사용하는 문제 해결방식이 보였다.

그동안 나는 힘들 때 주로 회피의 수단을 이용해 왔던 것 같았다.

문제상태를 외면하거나 도망을 쳐서 다른 것을 바라볼 때 고통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문제가 있어도 바라보지 않으면 저절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끔 순간적인 감정 동요가 일어나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아까 내가 왜 그랬을까' 할 정도로 단순한 것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파해치지 않고 놓아두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아예'외면'을 하고 있었다.


회피나 외면을 할 때는 필요한 것이 있었다. 내 감정이나 처한 상황에 '전환'을 할 수 있는 대체물이 필요했다.

위에 써둔 책, 꽃, 친구, 음악, 선물 등 내가 주로 사용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언가에 '어떤 것에 의존'하는 해소법인 것 같았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홀로 살 수 없이 환경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뭔가를 필요로 하고, 채우고 더하는 식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해 왔던 주로 써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물건 빼기를 시작했다.

무한 창작의 샘에서 작품을 매일 끌어올리는 아이 둘을 키우는 데다가 엄마마저 잡동사니 수집을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라 ‘버리기’보다는 '정리'에 초점을 맞추어 살기 바빴다.

그런데 그 정리라는 것도 물건이 적정 수준 이상이 되면 아름다운 정리는 불가능해지고 불편한 마음으로 매일을 살 수밖에 없었다.


깔끔한 정리를 넘어 삶의 환경을 더 단순하게 만들고 싶어 여러 가지를 버리고 있다. 물건들과 쓰레기들을 꺼내는 것은 내가 늘 회피했던 것을 마주하는 것과 같았다. 문제 상태를 외면하고 나중으로 미루고 문을 닫아버리고 만 것을 여는 일은 고통에 가까웠다. 그리고 엄청난 시간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써야 하는 '정리하는 시간'은 왠지 낭비처럼 느껴져서 시작부터 숙제처럼 하기가 싫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나씩 기꺼이 버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용기가 생기고 힘을 더 내기 시작했다.

미뤄둔 일을 하는 일에서 통쾌한 쾌감을 느꼈다. 버리기를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


한자어 '해소(解消)'  보면  뿔을 해체하고 물이 작게 변하여 수증기로 변해 사라지게 되는 일이 해소인데  나는 그동안 해소법이 아닌 추가법이나 대용법, 회피법, 도망법, 전환법 쓰고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이것이다!’해소법이 아닌 해소법을 말해왔던 것일까. 조금씩 버리는 과정 중에  방법이 전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도 조금씩 버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삶의 다양한 분야의 버리기로 내 스트레스도 함께 해소가 되는 중이다. 진짜 소의 뿔은 자르지 않아도 된다. 소뿔을 칼로 자르겠다는 마음으로 일어나 쓰레기봉투 하나 들고 매일 하나씩 버리고 물로 흘려버리고 잘게 쪼개 버리는 것이 단어 '해소'의 실행이다.

죄 없는 소의 뿔도 살리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解자는 ‘풀다’나 ‘깨닫는다’, ‘벗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解자는 角(뿔 각) 자와 刀(칼 도) 자, 牛(소 우)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角자는 소의 뿔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刀자가 더해진 解자는 칼로 소의 뿔을 해체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解자는 ‘풀다’나 ‘깨닫는다’, ‘벗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解자는 角(뿔 각) 자와 刀(칼 도) 자, 牛(소 우) 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角자는 소의 뿔을 그린 것이다. 여기에 刀자가 더해진 解자는 칼로 소의 뿔을 해체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출처 : 네이버 한자 사전 [한자로드(路)] 신동윤 | (삽화) 변아롱. 박혜현




*매거진의 이전 글, 전지은 작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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