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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Mar 04. 2023

스트레스요? 글을 써보세요.

글이 있어 두렵지 않다.

딱 마흔이었다. 높은 턱에 걸려 앞으로 가지 못하는 카트처럼 그대로 멈춰 버렸다. 무기력을 넘어 공허함이 온몸 가득 들어차 이대로라면 뭔 일이라도 날 듯했다. 무얼 해도 즐겁지가 않았다. 인상은 구겨지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내가 나 같지 않은 스트레스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삶의 의미도 모른 채 그저 눈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직장에서의 성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열심히 채찍질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직장생활에 그걸 만회하려고 되지도 않는 애를 쓰다가 탈이 나버린 걸까.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점점 내 안으로 파고들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치열'이란 단어를 '설렁'으로 바꾸고, 의도적으로 사람을 많이 만났다. 물론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어릴 때 좋아했던 책을 떠올리고 다시 독서를 시작했고, 회사 근처에 독서모임도 가입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독서모임에서 주관한 한 달간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글을 썼을 때 무언가 모를 해방감이 찾아왔고, 계속 쓰고픈 열망을 참지 못했다.


쓸 곳을 찾던 중 예전에 개설하고 방치해 두었던 블로그가 떠올랐다. 그곳에서 끄적이기 시작했다. 글은 무한 확정이 있었다. 온라인 매일글쓰기팀을 알게 되었고, 가입해서 몇 년째 계속 글을 쓰고 있다. 매일 글을 쓰고 카톡방에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


글을 만난 뒤 삶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되었다. 여전히 스트레스는 나를 찾아와 삶을 흔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헤맬 텐데 지금은 얼른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짜증 나게 만든 회사 내 사건사고, 사춘기에 뿜뿜인 아이, 갱년기로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감정들까지 그저 글에 담아내면 그만 이었다.  


어느새 슬픔은 글 속에 녹아 스르륵 사라졌고, 기쁨은 글 밖으로 나와 주변까지 환하게 비추었다. 글이 있어 삶의 중심을 잡고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며칠 전 테이블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둘째가 한마디를 했다.


"아빠. 글 쓰는 것이 그렇게 좋아? 입꼬리가 하늘로 올라가겠어. 그만 좀 웃어."

"내가 그랬어? 몰랐네."


서둘러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나도 모르게 광대승천하는 미소를 지을 순 없었다. 하긴 글을 쓸 때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특히 출근길 지하철에서 글을 쓰면서부터 혹여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일까 수시로 점검했다. 한 편 그러면 좀 어떠랴.  좋은 걸 어떡해.


까짓것 스트레스야 와바! 모두 글에 담아 날려버려 줄 테니.




이번 주 보글보글 매거진 글감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습니다. 저에게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글쓰기인데 여기 계신 브런치 작가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물론 쓰는 스트레스도 살짝 있지만요.



이전 차영경 작가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hitom7/7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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