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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Apr 21. 2020

2020년 개봉 앞둔
디스토피아 기대작 5선

영화 <사냥의 시간>부터 <엑스맨: 뉴 뮤턴트>까지


출근으로 집 나간 디스토피아 영화 매니아가 돌아왔다. 혹자는 나더러 지구멸망론자가 아니냐고 묻지만, 전혀 아니다. 나름 낙천적이고 재기발랄한(?) ENFP형 쇄뢤이다. 다만 디스토피아 영화가 던지는 화두를 정말 좋아할 뿐.


그동안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했던가. 무수히 많은 벽을 세워 차별하고 파괴하고 증오했던 우리다. 최근 EBS 다큐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을 보니, 우리 머릿속에는 오래된 폭력 회로(전두엽 피질, 편도체, 시상하부)와 이를 억제할 이성의 브레이크(전전두엽)가 있다고 한다.


피의 본성은 수십만년 전, 생존을 위해 타인을 해쳤던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면 과학과 인본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만약 인간의 폭력 스위치가 언제 켜졌는지 이해하고, 최악의 시절에 최선의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기억한다면. 우리는 보다 평화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기대 섞인 전망 속에서, 디스토피아 영화는 가장 극단적인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뇌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른 뇌의 영역이 작동한다. 한 마디로, 쉴 때 뇌와 일할 때 뇌가 다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는 내면을 바라볼 때, 태스크 포지티브 네트워크(Task positive network)는 세상을 바라볼 때 활성화된다.


그런데 명백히 다른 두 개의 네트워크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아주 신묘한 순간이 있다. 바로 예술에 감동받는 순간이다. 인간은 예술이 주는 울림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된다. 영화가 가진 힘도 이와 맞닿는다. 우리는 스크린 너머 다양한 삶의 단면과 섬세하게 연결된 관계망을 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봄 같지도 않던 잔인한 봄이 벌써 지나간다. 지난 2월부터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은 최저점을 갱신 중이다. 출구 없는 코로나 사태에 신작 개봉은 연이어 밀렸고, 신규 제작 건은 크랭크인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탓에 캐스팅조차 불투명하다. 예고편에 적힌 개봉 예정일이 무색할 만큼 혼란한 시국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상황일수록 영화의 존재 이유는 더 빛나고 빛나야 하는 법이기에. 올해 개봉을 앞둔 국내외 디스토피아 영화 5편을 모아봤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룬 영화도 포함했다. 극장도 좋고 OTT도 좋으니, 멀어진 사회적 거리 속에서 너와 나의 심리적 거리라도 좁혀지길.


*2020년 4월 21일 기준으로 개봉 시기 및 세부 정보는 변경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왠지 상수가 가장 먼저 죽거나 외로이 살아남을 것 같다.

“그날, 우리는 놈의 사냥감이 되었다


<사냥의 시간>은 경제 붕괴로 희망이 사라진 도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스릴러다. 감옥에서 막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세 명의 친구들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와 새로운 인생을 꿈꾸려다 도리어 위험에 빠진다는 이야기. <파수꾼>으로 데뷔한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2020년 베를린 영화제 베르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받았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윤성현 감독 왈,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일 때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도 다들 삶이 팍팍하고, 돈 외에 중요한 가치는 없는 것 같고, 돈이라는 가치밖에 추구할 게 없는데 돈조차 벌기 어렵고.” 그래서 진짜 지옥을 그렸다.


요새 가장 핫한 배우들의 콜라보, 윤성현 감독의 지옥도에 더해, 음악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음악감독을 맡은 점도 관람 포인트.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방구석 1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외하면) 한국 영화 최초로, 극장 개봉을 건너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직행했다. 오는 4월 23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 30개 언어 자막으로 단독 공개된다. 개봉일 밤 9시, 관객과의 대화도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


<사냥의 시간(Time to Hunt)>
개봉 |   2020년 4월 23일
감독 |   윤성현
출연 |   이제훈(준석), 안재홍(장호), 최우식(기훈), 박정민(상수) 外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반도(Peninsula)>


2016  세계 영화팬을 <부산행> KTX 태웠던 재난 블록버스터가 4 만의 속편, <반도> 돌아온다.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한다. 기차 칸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전개됐던 전편과 달리, 공간의 제약이 없어졌다.  반도가 배틀 그라운드다. 최후의 보루였던 부산마저 좀비 바이러스가 져, 폐허가 돼버린 반도에 갇힌 자들이 좀비 떼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새로운 캐스팅으로 좀비 세계관을 확장했다.


포스터는 한국판 <나는 전설이다> 느낌.

예고편을 보니,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생겼지만, 인간의 잔혹성으로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버려진다. 로마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처럼 사람의 목숨이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듯한 모습이다. 이와중에 강동원과 무리들은 체제에 반하고 탈출하려는 인물군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최초의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인 <부산행>은 해외 160여개국에 판매되며, 월드와이드 흥행 1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바 있다. 전작으로 축적된 신뢰도가 있어서인지, 속편 <반도>에 대한 해외 영화 시장의 관심도 크다. 개봉 전 이미 북미를 포함한 해외 시장에 선판매됐으며, 가상현실(VR) 투어쇼 콘텐츠 판권 계약도 체결됐다.


내 곁의 가장 평범한 사람이 제일 큰 위협이 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열차 속에서 <부산행>의 휴머니즘이 빛났다면, <반도>의 반짝이는 무기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올여름 개봉한다.


<반도(Peninsula)>
개봉 |   2020년 여름
감독 |   연상호
출연 |   강동원(정석), 이정현(민정) 外
등급 |    미정



<헌트(The Hunt)>


‘무기 숲’, 그리고 <겟 아웃>의 상징인 야생사슴이 눈에 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부터 <겟 아웃>, <어스>로 명성을 쌓아온 믿고 보는 공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낯선 사람들과 의문의 지역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사냥감이 된 ‘크리스탈’(베티 길핀)이 실상을 밝히고,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출연진을 보니 크리스탈 역을 맡은 베티 길핀이 마치 웹툰 <할아브>가 아닌 <하이브> 속 할아브처럼 압도적 쎈캐로 나올 듯하다.


인간사냥을 테마로 한 영화는 <메이즈러너>, <헝거게임> 등 다양한데 블룸하우스가 제작한 <더 퍼지>도 있다. 일년에 단 하루, 가상의 ‘퍼지 데이’에 살인은 물론 어떤 범죄도 허용된다는 설정 아래,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갖춘 부유층은 살아남고 생존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는 무차별적으로 살해당한다. 그런데 <더 퍼지>의 배경이 미국 전역이라면, <헌트>의 배경은 의미심장하게 좁혀진다. 와이오밍, 미시시피, 플로리다. 공화당 텃밭에서 사람들이 납치된다. 우연적 설정일지라도 여러 매체에서 <헌트>를 ‘정치 풍자 스릴러’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작년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추도에 이어, 미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까지 겹쳐 오는 4월 23일로 개봉이 미뤄졌다.


<헌트(The Hunt)>
개봉 |   2020년 4월 23일
감독 |   크레이그 조벨
출연 |   베티 길핀 外
등급 |   국내 청소년 관람불가


<콰이어트 플레이스 2(A Quiet Place: Part II)>


빨간빛의 불안한 희망을 안고 떠나는 가족들.

“소리 내는 순간, 다시 시작된다!”


2018년 조용한 공포로 대흥행에 성공했던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1>의 속편이 개봉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외계 괴생명체의 공격으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가족이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갓 태어난 막내를 포함,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싸워나가는 가족에게 괴생명체가 ‘유일한’ 위협이 아니라고 하니 멘붕이다.


개봉 당시 1편은 북미 박스오피스 1억 8800만 달러,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로 3억 4000만 달러를 거뒀는데, PG-13 등급에도 제작비(1700만 달러) 대비 수익이 아주 쏠쏠한 편이었다. 기대에 입어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또한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으로만 5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 사태로 개봉이 미뤄졌다. 북미는 9월 4일 개봉 예정이며, 국내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A Quiet Place Part II)>
개봉 |   2020년 9월 4일(북미)
감독 |   존 크래신스키
출연 |   에밀리 블런트, 킬리언 머피, 노아 주프, 밀리센트 시몬스 外
등급 |   국내 15세 관람가



<엑스맨: 뉴 뮤턴트(The New Mutants)>


무려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호러’ 영화다. (엄밀히 말하면 20세기 폭스에서 제작한 영화긴 하다. 2018년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엑스맨 영화 판권이 마블로 넘어갔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엑스맨: 다크 피닉스>으로 끝마친 메인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다.


키치한 감성의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여러 장르가 겹치나 ‘감금’ 요소가 뚜렷해 마지막 디스토피아 영화로 소개한다. 벽을 사이에 둔 억압과 자유는 때로는 한끗 차이다. 우월감에서 시작된 지배욕이든 열등감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든, 인간의 역사에는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가두고 실험해온 끔찍한 전례가 있다.


<엑스맨: 뉴 뮤턴트>에서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 5명이 싸우는 목적은 여타 평범한 히어로물과 달리 지극히 개인적이다. 세상이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싸운다. 정체불명의 수용소에 도대체 왜, 누구 때문에 갇혔는지 모르는 아이들의 탈출기다.


제작진 왈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니 꽤 무서울 듯. <안녕, 헤이즐>의 조시 분 감독의 연출 아래, <기묘한 이야기>의 찰리 히튼, <왕좌의 게임> 메이지 윌리엄스 등 요새 새롭게 뜨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러 이유로 세 차례 개봉이 연기된 상황에서 드디어 지난 1월 예고편과 함께 4월 3일 북미 개봉을 알렸으나, 안타깝게도 최근 코로나 여파로 개봉이 또 밀렸다. 부디 올해 안엔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길.


<엑스맨: 뉴 뮤턴트(The New Mutants)>
개봉 |   2020년(구체적 시기 미정)
감독 |   조쉬 분
출연 |   안야 테일러 조이, 메이지 윌리암스 外
등급 |   국내 미정, 북미 PG-13 등급(13세 미만 보호자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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