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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Dec 31. 2023

“괜찮아요,  요 글 한번 읽으면서 나아볼게요”

글로 돌아보는 2023년 회고 (2)

일만큼은 과정보다 결과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이만큼 애썼어요’라고 말해봤자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건 숫자와 지표이기 때문에. 나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게 아닌 이상 두괄식이 좋다. 끝없는 자기 객관화의 굴레에서 ‘이게 최선인가’ 고민하면서 ‘열’과 ‘심’을 다하는 걸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여기서 더 열심일 때가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좋아할 때 그렇다. 간단한 보도자료라도 세심하게 챙겨서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과는 결이 살짝 다른, 조금은 사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다.


“항상 대시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그럼 상받으셨을 때 기분 좋으셨겠네요?)

그럼요.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연기하는데, 답장을 받은 느낌이니까.”

배우 구교환의 말에 비유하자면, 연애편지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달까. 전화벨이 울리면 한 순간 고민하다 긴장하며 받아들고, 작은 안부 인사에 금새 사르르 마음이 녹고. 길 한복판에서 폰을 붙들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찾아오는 안도와 감사함. 고대하던 ‘답장’을 받았을 때의 설렘, 일이 주는 성취감과 스릴, 그리고 업다운에 매료된 채 몇 년을 일했다. 이러나 저러나 상처받아도, 노력과 정성을 알아주는 사람들과 관계가 깊어질 때 일의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나는야 개똥벌레…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불필요한 소모가 일어나는 걸 피할 수 없었는데, 감기처럼 번아웃이 올 기미가 올 때마다(?) 허탈함을 채우기 위해 옛 직장 동료와 함께 ‘영산매’로 영어 산문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와중에도 완전히 일을 빗겨나갈 순 없다고, 주로 AI, 콘텐츠, 음악, 게임, 기술,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를 다룬 글이 대부분이다. 짧은 뉴스레터부터 인터뷰, 긴 호흡의 르포 기사까지. 허덕이는 순간이 올 때마다 한 문장, 한 문장 속에서 헤엄치면서 회복 탄력성을 키웠달까. 한 해를 마무리하며, 때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때로는 아름다운 문체로 약이 됐던 글 12편을 소개한다. (이전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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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board | THE BIG BANG THEORY: HYBE’S CHAIRMAN ON K-POP’S FUTURE, THE BTS MODEL, AI PLANS AND MORE

Bang lamented in a March speech at a Seoul conference that outlined a three-pronged plan to strengthen K-pop’s future. (Step one: grow K-pop’s global influence by acquiring foreign companies like Quality Control. Step two: structure operations that can “consistently produce superstars.” Step three: expand platforms to monetize fan-artist interaction like HYBE’s Weverse, an app that’s now introducing an array of new features including direct messaging, special badges to reward fan activity and a digital currency called Jelly.)
From an employee’s perspective, rapid growth of a company may impact their quality of lives. Working at HYBE is like being on the back of a flying rocket, or as we say it in Korean, “getting on the back of a running tiger.” As long as the employees endure the speed, they will grow with the company. (...) The reason that HYBE’s corporate culture has kept its homogeneous value is because it is based on common human values. We believe when talented people who are enthusiastic about their work collaborate freely in a responsible manner, their shared belief will allow both the company and the employees to achieve mutual growth.


‘K팝의 미래’를 주제로, 빌보드 커버를 장식한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인터뷰. ‘K팝 위기론’이 대두되는 요즘,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로 글로벌 음반사 및 매니지먼트사와의 제휴, 신기술과의 융합을 제시한다. 특히, 멀티 레이블 체제를 통해 쌓은 네트워크, 노하우, 경험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계속 배출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또 한편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하이브의 기업문화. 열정적인 인재들이 함께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협업할 때 구성원과 기업 모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읽으며, 달리는 맹호의 등에 타더라도 그 속도감을 즐기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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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 Your Complete Guide to Spotify Wrapped, 2023

The popularity of Spotify Wrapped has ballooned over the years: in 2017, there 30 million Spotify users accessing it, and in 2021, there were more than 120 million. That year, nearly 60 million Spotify Wrapped stories and graphics were also shared across social media platforms. The year 2022 is no different, over 156 million users engaged with Wrapped, a spokesperson tells TIME. It’s become so popular that people—even U.S. senators and Australian federal police—have piggybacked on it, and made memes of the year-end phenomenon.
Spotify Wrapped collects data all throughout the year. A Spotify spokesperson says data used for the 2023 Wrapped spans streamed content from January to an unspecified date “a few weeks prior to launch”—Nov. 29 for this year. “We aim to leave the cutoff date as late as possible to create a truly personalized experience,” the spokesperson tells TIME.


스포티파이의 연말 결산 캠페인 ‘랩드(Wrapped)’를 소개한 타임 기사.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선도 기업으로서 ‘초개인화’ 경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관계자 쿼트를 비롯한 기사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용 가이드와 더불어 주요 랭킹을 살펴보니 미국 팝 외에도 라틴계 음악이 강세다. 2023년 최다 스트리밍 아티스트로는 테일러 스위프트, 배드 버니, 최다 스트리밍 곡으로는 마일리 사일러스의 “Flowers”, SZA의 “Kill Bill”, 해리스타일스의 “As It Was”, 정국의 “Seven (feat. Latto)” 등이 꼽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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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 The Founder of Uniqlo Has a Wake-Up Call for Japan

Yanai transformed his family’s tiny clothing store into an international phenomenon with more than 3,500 Fast Retailing stores across the world, including Uniqlo flagships in London’s Covent Garden, Milan’s Piazza Cordusio, and Fifth Avenue in New York City. Uniqlo has already overtaken Gap in terms of global reach and is fast hunting down Sweden’s H&M and Spain’s Zara. “My goal is to drive growth wherever possible,” insists Yanai.
Japan’s business culture is rooted in the concept of nemawashi, or “consensus building,” an informal process of quietly gathering support and feedback for any proposed project or directional shift. By contrast, Yanai’s leadership style is that of “a dictator,” says Yasushi Hasegawa, managing director of Tokyo-based business consultancy Fenetre Partners. “The biggest shortcoming of Japan is that there is no individuality,” says Yanai. “People need to stand on their own feet.”


74세 유니클로 창업자이자 회장 야나이 다다시의 타임 인터뷰 기사. 반년 넘게 살았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작년 휴가를 내고 다시 찾았을 때 ‘아니, 여기에도 유니클로가 있단 말야?’하며 놀랐는데, 유니클로는 어느새 전 세계 35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한 글로벌 패스트 리테일링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뉴욕, 런던, 밀라노에도 지점이 있다며. 유니클로의 공격적인 확장에는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의 철학이 관통하는데, “눈을 뜨고 제발로 서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며 현 일본 정부와 기업문화에 대한 쓴소리를 보며- The Rebel이라는 표지 타이틀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야망과 패기는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한번 더 느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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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stle | Who chooses the world’s Color of the Year?

Eiseman is executive director of the Pantone Color Institute, a branch of Pantone, AKA the company that developed a consistent language for how designers and manufacturers up and down the supply chain identify, create, and replicate thousands of shades of color. (...) She’s been called the international guru of color. Once a year, she’s tasked with summing up the entire world, and all its complexities, in a single color. She turns one color into a celebrity, and watches as consumers around the world pull out their wallets for the results.
What if, Pantone’s CEO mused, they could give people something to feel hopeful about? He asked Eiseman to pick a color that would represent the new millennium. (...) Color, Eiseman thought, could be a source of joy in uncertain times. It also, according to market research, has serious purchasing power when it comes to what consumers decide to buy.


팬톤 컬러 인스티튜트의 총괄 디렉터 아이즈먼의 생애를 다룬 더허슬의 기획기사. 팬톤은 ‘올해의 색’으로 컬러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과 동시에, 패스트 패션을 비롯한 각종 소비, 나아가 자원 낭비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올해의 컬러’ 프로젝트는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전 세계에 팽배했던 불확실성과 혼돈의 시대에서 새로운 희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렇게 세루리안 블루, 하늘색이 팬톤의 첫 ‘올해의 컬러’로 등장했고. 기업이든 사람이든 뭐든 무결할 수 없겠지만, 정당성을 갖추면 한 분야에서만큼은 무적의 권위자가 될 수 있으려나 싶다. 여담으로 팬톤이 발표한 ‘2024년 올해의 컬러’는 부드러운 복숭아색, 피치 퍼즈(Peach Fuzz). 포용성과 친절, 협력에 대한 갈망을 담은 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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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 2023 The Year in Pictures

Every year, our photo editors try to capture the best photojournalism in one intense presentation. The Year in Pictures is a way to commemorate the big news events from January to December: the ones that traumatized us — and there are many of those — mixed in with some moments of bliss.
Years are like that: Awfulness can be jumbled together with ecstasy in impossible-to-reconcile ways. So you’ll find images here — collected by two photo editors, Jeffrey Henson Scales and Tanner Curtis — of war and fashion. A devastating wildfire and a day spent playing in the surf. A plume of smoke from a train accident and an ultrafancy debutante ball. Military standoffs and the tennis champion Coco Gauff, lying on the court after winning the U.S. Open.


뉴욕타임스의 ‘2023년 올해의 사진’. 1월부터 12월까지 벌어진 커다란 사건들을 포착하고 기념하는 것을 포토 저널리즘의 책무라고들 하는데, ”끔찍함과 황홀함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일 수 있다는 것- 세월이란, 우리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Years are like that: Awfulness can be jumbled together with ecstasy in impossible-to-reconcile ways.)”라는 표현이 사진만큼이나 인상에 박힌다. 무수히 밟혀지나가서 옷가지만 보이고, 길과 하나가 되어버린 한 군인의 시체, 대지진으로 무너져내린 집 앞에 힘없이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를 기다리는 소녀의 설렌 표정. 모두 올해 일어난 일이다. 올해의 마지막 근무일을 꽉 채워보내며, 막연하게 꽤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작은 일로 일희일비했던 건 아닌지- 조금 더 먼 거리에서 관조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았다. 내일이면 또 쉽게 들뜨고 쉽게 흔들리는 미약한 사람이지만,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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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ardian | The key to keeping new year resolutions? Don’t make them in the first place

So perhaps it’s time instead to embrace the spirit of the “anti-resolution” – to decide to ask a little less of yourself in 2024, to choose deliberately tiny changes over more demanding ones, even to nominate things to stop doing entirely, once and for all. (...) I love the recommendation of the meditation teacher and podcaster Dan Harris that you should aim to meditate not daily but “dailyish”.
Set a few modest goals, or maybe none at all; pull back from activities that no longer deliver meaning or joy. Cut yourself, and those around you, some slack. Ask what truly wants to take shape in your life – and then let it.


‘Resolution’이 아니라 ‘Anti-resolution’, ‘Daily’가 아니라 ‘Dailyish’. 2024년 새해 결심은 커녕, 2023년 회고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 그 불안함을 조금이나마 잠재워주는 가디언지의 칼럼이었다. 차근차근 조금씩 변화하는 2024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가벼운 다짐들로 1월의 목표 먼저 생각해보게 된 감사한 글이랄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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