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앓이중
25년 12월 중순부터 26년 1월 말까지 두 해에 걸쳐 치앙마이에 살다 왔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살다 오고자 했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집이 내 집인지, 어제 잠을 잤던 치앙마이 집이 내 집인지 아직은 혼란스럽네요.
매일 반팔에 반바지 입고, 5주 내내 크록스 하나만 신고 다니다가 한국에 들어왔더니 하필이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강 추위인 "대한" 에 복귀해서 30~40도 정도는 뚝 떨어진 것 같습니다.
강추위를 뚫고 첫 출근을 하고 나니, "아.. 이게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너무 들었어요. 왜 이렇게 다들 지하철에 구겨져서 휴대폰 하나 바라보고 어디를 그렇게 가는 것인지.. 예전에는 당연하게 지나가던 지하철 환승로들, 무심코 스쳐 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너무 색깔 없이 보였습니다. 10년 넘게 출퇴근하면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치앙마이에서는 다들 여유가 넘칩니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가게는 3시, 길면 4시 되면 다들 문을 닫아요.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곳은 점심때는 계속 닫혀 있다가 오후 5시쯤이나 되어야 슬슬 문을 엽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오가는 사람들과 눈 마주치고 환하게 인사하고 전혀 급하지 않아요. 여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서비스가 늦다고 불평하지 않고 자연스레 기다립니다. 각자의 시간과 속도를 존중하는 느낌이었어요.
유명한 맛집들이 문을 왜 이렇게 빨리 닫는 건지, 바로 옆 가게가 줄을 이렇게나 길게 서 있는 거면 조금만 빨리 문을 열어도 돈은 더 벌 텐데 왜 바보같이 늦게 오픈하는 거야? 라고 초반에 생각하기도 했는데, 제가 바보 같았죠. 한 푼 두 푼 더 벌자고 내 시간과 열정을 갈아 넣는 건 참 바보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또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그동안 밀렸던 많은 일들을 바쁘게 처리하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저녁 9시네요. 뭔가 씁쓸하기도 하고, 이게 진짜 현실이야 싶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또 아침부터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하네요. 모두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