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맨체스터는 우리 집에서 4시간 거리이다. 운전해서 가도 그 정도 걸리니까, 버스나 기차로 가면 중간에 갈아타느라 5-6시간을 걸릴 것이다. 그래도 영국에서 테러가 났다고 하면 한국에서 안부 메시지가 오곤 한다.
전 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들었다.
라디오가 켜지는 알람 소리에 기상을 하기 때문에. 우리 집은 주로 BBC 6 Music 채널을 듣는다.
보통 다른 시간대보다 한 톤이 높은 상태로 진행하는 아침방송 디제이의 목소리가 침울했다.
데이빗 보위에 준하는 중요한 음악인 한 명이 또 운명하셨나 보다 했다.
맨체스터에서 테러가 났다니. 그것도 아이들이 많이 간 콘서트장에서.
BBC 라디오국 일부(6 music)와 음악방송국이 맨체스터에 있다. 6 Music의 디제이들은 대부분 40대 중후반으로 90년대 브릿팝이나 브릿롹의 부흥을 함께 이끈 대표적인 디제이들이 포진되어 있다.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다니는 나이라, 방학 때마다 휴가를 내는 사람들이 주로 아침 시간을 맡는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무슬림 커뮤니티는 더 숨죽이게 되고, 이유 없이 비난과 차별을 받게 된다. 20세기 초 무슬림 왕국들의 쇠망과 이후 이어진 가난과 전쟁의 원인을 유럽의 제국주의에서 찾는 정서가 강한 중동과 무슬림 문화권 출신들은 독실한 무슬림이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반-서구 감정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 있는 반일감정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유럽에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독일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기도 한다. 내가 만났던 대부분의 무슬림국가 출신 작가들은 상당히 서구화된 인물들이었음에도 종종 이런 반서구 감정과 피해의식이 은연중에 드러나곤 했다. 중동의 전쟁과 가난이 현재 진행형이고, 인종, 종교를 이유로 차별대우와 무시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그들의 분노와 피해의식은 극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잠재하고 전수된다로 해야 하나.
하지만, 서구의 제국주의와 권력 재편에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중동과 무슬림 국가들 뿐은 아니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이민자들은 무슬림뿐 만은 아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폭력까지 행사하지는 않는다. 왜. 왜. 코란이 사람을 죽이라고 하지도 않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걸까. 이런다고 본국에 평화가 오는 것도 아닌데. 더 큰 불지옥만 불러 올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