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식-음료 문화 1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나라 아니라도 오래 살다 보니 누가 영국을 욕하면 기분이 나쁘고, 잘 모르면 좋은 것 위주로 알려주고 싶다. '맛없다'와 '먹을 게 없다'의 대명사 영국 음식. 맛집 기행이 여행의 주된 목적인 한국의 여행 문화에 익숙해서 그런지, 친구들이 놀러 오면 '맛있는 영국 전통 음식'이나 '동네 맛집'을 꼭 묻기도 해서. 내가 아는 선에서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들이나 식재료들을 가끔 소개할까 한다.
예전에 친구가 가져온 여행 책자에 '영국의 음식' 소개에 샌드위치, 스테이크, 피위 앤 칩스-가 고작이어서 충격적이었다. 런던에 7년 살았다는 저자였다. 아... 그러니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국 식문화에 별 관심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 영국에 도착해서 첫 3-4개월 허니문 같은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문화에 대한 탐구력이 떨어지면서 음식에서부터 한국 음식이나 아시안 음식만 먹는 경우가 많다. 매 끼니 양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은 기분도 있고, 슈퍼마켓에 가서 식재료를 봐도 어디에 쓰는지 모르면 장바구니에 담기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나도 그랬다. 처음엔 민트 소스(민트를 식초-설탕 등에 절인 것)를 사서 샐러드에 썼으니까. 보통은 구운 양고기를 찍어 먹는 데 쓴다. 근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식문화가 발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이제 막 영국에 온 이들이 있다면 별 건 아니지만- 점심이나 저녁 반찬으로 피시 케이크 한 번 드셔 보시라. 태국 풍 피시 케이크는 쌀 밥이랑도 잘 어울린다. 음료 섹션에 가서 '스쿼쉬'종류 중에 조금 고급한, 유리병에 든 '코디얼'도 시도해 보길. 특히 엘더플라워가 들어간 코디얼 시럽이 대부분의 아시안들이 처음 경험하는 맛 중 하나일 것이다. 코디얼은 우리나라로 치면- 과일청에 같은 것이다. 끓인 설탕 시럽에 과일이나 꽃을 24시간 이상 재워서 시럽만 걸러낸 것이다. 탄산수나 그냥 물과 1/10, 1/5 비율 등으로 섞어 마신다.
그럼 다음에 또 영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