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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Jun 08. 2018

팩트 체크의 팩트는 팩트인가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뽀개기 25

의사결정이 '올바른 것'과 '틀린 것' 사이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드러커는 의사결정은 '거의 올바른 것'과 '거의 잘못된 것'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대개는 선악의 결과를 가늠하기 힘든 일 사이의 선택이란 말이다. 
더구나 후에 어떤 선택의 결과를 다른 선택의 결과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러니 자신의 선택의 결과를 다른 경우의 수와 비교하며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최선의 방법은 
최초에 선택을 신중히 하고, 
그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낳도록 노력하며, 
선택의 결과에 감사하는 방법이다. 

또한 모든 선택의 결과는 다른 선택의 결과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의 선택의 결과는 그 결과로서 독립적일 수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더 큰 항목의 일의 결과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러니 한 가지 일의 다소 안 좋은 결과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사람들은 '의사결정에 앞서 팩트 체크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모 방송은 매일 팩트 체크 코너를 방송하기도 한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판단! 얼마나 그럴 듯 한가.

그러나, 드러커는 '사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평가 기준이 없다면 사실도 없고, 사건 그 자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물리학에서 물질의 맛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아주 최근까지는 물질의 색깔도 사실이 아니었다. 요리에서는 맛이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또한 그림에서 색채는 큰 의미를 갖는다. 물리학과 요리와 그림은 각각 다른 것에서 의미를 본다. 그러므로 각각 다른 것을 사실로 여긴다. _<자기경영노트> 189p

그러므로 세상에 신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아는 사실(FACT)이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사실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견해로부터 사실이라 여기고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어떤 일의 결론이 나면 이미 도달한 그 결론에 알맞은 사실을 찾을 뿐이다. 

역사 책 속의 역사도 그렇다. 
그 시대 존재했던 일의 극히 일부분을 사관의 주관에 기록한 게 역사 책이다. 
그 단서와 나의 주관에 의해 역사를 들여다볼 뿐이다. 
그나마 기록된 단서가 판단의 근거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후대엔 이를 사실을 믿기에 당대의 권력은 기록에 목을 맨다. 

최근 불거진 소득 주도 성장론에 관한 문제니, 최저 임금 인상의 문제니 하는 것에 대한 판단도 그렇다.  
정책의 결과는 어느 정도 현장에 반영되었지만 실제 팩트는 종잡을 수 없다. 
그에 대한 해석에 따라 한 쪽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하기도 하고, 
한 쪽은 지금 현장은 파탄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양비론(兩非論,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틀렸다는 주장이나 이론)이나 양시론(兩是論, 서로 충돌하는 두 의견이 모두 옳다는 주장이나 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반드시 자신의 소신을 가져야 하고, 어떤 일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내 주장이 100% 진실이라는 고집은 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핵심은, '올바른 의사결정이란 사실에 관한 합의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엇비슷한 대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소통을 통해 이런 과정을 밟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혼자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내 생각이 진리라는 비진리를 고수하지 말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판단하는 태도가 옳다. 

모든 문제에 사건의 진실은 없고 각자 자신의 견해만 있다. 
소신을 갖되 자신의 견해에 매몰되면 진정한 기회를 볼 수 없다.      
주장하되 내 견해를 고집하지 않아야 기회를 볼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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