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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Sep 28. 2018

결국 고수의 칼끝에 찔리고 마는 이유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묵상글쓰기 8회차


아들은 영어를 곧잘 한다. 
나는 분명히 아들보다 영어 단어를 더 많이 알고 있음에도 미국인을 만나면 입이 얼어붙는다. 
원인은 하나다.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원어민과 어울려 대화할 기회를 많이 가졌고, 나는 그들을 피했다. 

중국어라면 또 상황이 다르다. 
나는 중국어를 전공했고 중국에서 실제로 16년을 살았고 지금도 자주 간다. 
덕분에 중국어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내가 중국어는 되고, 영어는 안되는 이유는 중국어는 습관적인 행동이 됐기 때문이고 영어는 아직 지식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미처 어순 따지고 문법 따지고 할 겨를 없이 필요한 순간에 자동발사돼야 언어로서의 기능을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네가 보고 싶었다고'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먼저 한국어로 생각한 다음 지식수준에 머물고 있는 영어 단어와 어법들을 끄집어내고 그것들을 조합하려니 말에 지연이 생기고 버벅대다 끝나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상황이 오면 'What i'm trying to say is I missed you.'라고 바로 직역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What i'm trying to say is~'가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라는 거야'라는 말을 하는 상황에 쓰이는 어문인 것이 습관적인 행동으로 뇌 안쪽에 있는 기저핵에 박혀 있어야 한다. 
기저핵은 안구 운동과 같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통제하는 영역이다. 
어떤 종류의 지식이나 기술, 특히 운동 기술이나 연속적인 과제를 오랫동안 훈련하고 반복하면 그것이 이 영역에 기록된다.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네가 보고 싶었다고'를 중국어로는 '(所以) 我要给你说的是~'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이미 중국인과의 수많은 대화 경험을 통해 청킹(chunking) 단위로 뇌의 기저핵에 박혀 있으므로 고민 없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영어는 그런 선경험과 훈련이 없기 때문에 즉각 말로 뱉지 못하는 것이다. (*청킹 : 덩이 짓기, 정보를 의미 있는 묶음으로 만드는 것)

대부분의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대할 때 순간순간 고민하며 전략을 세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통은 본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때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다양한 기술 구사보다 평소에 줄기차게 연습해서 조건 반사적이 된 행동 한두 가지다. 
이를 필살기라고 말한다. 
무술의 고수는 이런 필살기를 한두 가지 갖춘 자이고, 상대방은 그 필살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도 눈 뜨고 당한다. 
고수만큼 연속적인 운동 동작과 인지적 행위를 한데 묶어 단일한 절차로 신속하게 방어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습이 지식을 행동으로 끌어내리는 역할로까지 연결되게 하려면 인출 연습, 간격 두고 복습하기, 시험 보기 등의 지혜로운 행동 전략이 필요하다. 

학습 전략이 아니라 '행동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행동 만이 더 숙달된 행동을 만든다.
학습이 아니라 행동해야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

(책을 눈으로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글로 쓰는 것도 좋은 행동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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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헨리 뢰디거/마크 맥대니얼/피터 브라운'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의 내용을 읽고,  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위 글은 책의 내용을 근거로 묵상 글쓰기를 한 것이므로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 반드시 이 책의 구입을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7장 꾸준한 노력은 뇌를 변화시킨다  211p~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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