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02 : 이제 아내의 전화번호를 완벽하게 외웠다
나는 아내의 핸드폰 번호를 모른다.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뒤쪽 네 자리는 내 번호와 공유하고 있으니 중간 네 자리 숫자만 암기하면 될 일인데 그걸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
이게 다 그놈의 스마트폰의 전화번호 저장 기능 때문이다. (애정전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님)
이름만 부르면 전화까지 걸어주니.. 쩝.
스마트폰의 계산기는 또 내 암산 능력도 무력화시켰다.
바보나 다름없이 만들어 버렸다.
일종의 '
자동화의 역설(paradox of automation)'이다.
자동화의 역설은 전화번호 암기와 암산 실력 문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비행기가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 날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고도의 비행 기술을 숙련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간혹 긴급한 비상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대형 사고를 일으킨다.
2009년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파리로 직항하던 최첨단 A330 에어프랑스의 어처구니없는 조종사들의 대처로 인한 사고를 일으켜 228명 전원 사망했다.
2014년 에어아시아 8051편의 오토파일럿 해체 시 경험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162명 사망이 사망했다.
자동화가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을 일으켜 '학습된 무기력'상태를 만든다.
자동화에 의해 사소한 실수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학습된 무기력 상태로 인해 큰 실수와 사고를 저지를 확률은 더 커졌다. (위너의 법칙)
이처럼 자동화로 인해 문제에 대처하는 인간의 능력이 퇴화하면서 더 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예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르지만, 인간보다 실수할 확률은 훨씬 높다는 것이다. (2013년 구글 스트리트뷰 차량의 프랑스 집 주소 자동 인식률 96%, 만약 사람이 직접 한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거의 100%일 것)
만약 컴퓨터의 정보 매핑력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면 당장 택배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GPS에만 의존한 운전자에 의해 차량이 공사 중인 도로 시설물에 돌진하고, 교통체증 때문에 버스 정차선에 어쩔 수 없이 서 있었음에도 주차위반 딱지가 날아올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는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인간의 암묵적인 지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인간의 판단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전한 자율 주행이 실현되면 더 이상 인간이 자동차의 운행권을 갖지 못한다는 뜻인데, 그런 면에서 완전한 자율 주행은 예상보다 매우 늦게 실현되어야 하거나 아예 실현되지 않아야 한다.
컴퓨터에게 적합한 일은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단순 반복적인 일을 덜어 주는 일이지 내가 해야 할 판단을 대신하는 일은 아니다.
저자의 이번 챕터의 결론은,
혼란이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겪는 다소의 혼란은 성장을 위한 이유를 제공하고, 노력과 훈련을 통해 대처 능력을 향상시킨다.
컴퓨터의 질서 정연한 무혼란에 길들여지면 마땅히 해야 할 인간의 역할에 소홀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것들이 오류를 일으키는 순간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제 아내의 전화번호를 완벽하게 외웠다.
길에서 스마트폰을 잊어버려 결제조차 할 수 없어도 도움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아들의 전화번호를 외울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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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메시MESSY>>(팀 하포드)을 읽고, 『묵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위 글은 책의 내용을 근거로 묵상 글쓰기를 한 것이므로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 반드시 이 책의 구입을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messy : 지저분한, 엉망인)
01 질서는 진리가 될 수 없다.
(71~114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