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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찬영 Apr 19. 2019

허접한 대화의 힘

[묵상독서174차]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지나고 보니' 쓸데없는 경험은 없더라는 사실이다. 

당시는 뭐 하는 짓인가도 싶었다. 

이따위 일이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은 일도 있었다. 

내 비전과 너무 동떨어진 일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일조차 어느 날 다른 일을 하는 데 유용한 도움이 되었었다. 

어떤 경우는 엉뚱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조각이 지금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는 키 퍼즐이 됨을 깨닫고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작던 크던 내 경험들은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를 만들어 간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 발명으로 인류 문명사의 획을 긋게 된 것은 그가 연구실에서 실험하는 발명가였던 것이 아니라 실패를 일삼는 비즈니스맨이었고, 금세공인이었고, 기존의 기계를 개선해 사용하는 데 능숙한 엔지니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법 같은 치유력이 있다는 작은 거울을 만드는 사업을 했다가 망하기도 했다) 

당시 널리 사용되면 와인 제조용 나무 압착기를 개조했고, 금속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알파벳 활자를 주조할 수 있는 활판을 만들었다. 

또 금속 활자에 잘 들러붙는 유성 잉크를 개발했고, 인쇄 시 비침이 적도록 기존의 종이질을 개선했다. 

각 경험은 다소 독립적이었지만 그는 그것들을 결합해 멋진 퍼즐을 완성했다.

그가 만든 인쇄기는 획기적인 발명이 아니라 그의 경험과 당시 사회가 축적했던 노하우의 브리콜라주였다. 

그는 전혀 다른 분야(술 취하게 만드는 도구)에서 성숙한 기술을 빌려와 문제를 해결(매스커뮤니케이션의 문제 해결)하는 데 달인이었다.  


이는 '굴절적응exatpation'의 한 예다. 

굴절적응은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 용도에 적합한 한 가지 특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 그 특성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굴절적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인생의 모든 순간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긍정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의 의미를 상호 연결하려는 창의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또 상호 다른 영역의 경험이 연결되고 엮일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다양한 사람이 '느슨한 연결loose tie'을 이루고 서로 다른 관점들이 충돌이 일어나는 환경에 들어가야 한다. (반드시 '강한 연결strong tie'일 필요는 없다)


17~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가 좋은 예다. 

17~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 풍경 (출처 : 구글 검색)

다양하게 연결돼 있으면 의미 있는 연결이 만들어질 확률이 크다. 

혼자 머리를 쥐어뜯는 것보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허접한 대화일지라도)


우연한 기회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위대한 일은,  실은 수많은 우연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 전제된다. 

그러므로 필연은 최선을 다한 우연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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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스티븐 존슨/한국경제신문)를 읽고, 『묵상 글쓰기 방식』으로 쓴 글입니다. 

책의 주장과 다소 다를 수 있으며, 제 생각이 다수 첨가됐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디어 #혁신 #변화 #인접 #창의성 #스티븐 # 이찬영 #아침공부 #묵상


1부 인접 가능성 (1~33쪽)

2부 유동적 네트워크(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기) (34~80쪽)

3부 느린 예감_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4부 뜻밖의 발견_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5부 실수_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6부 굴절적응 ;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write by 기록과 미래연구소, 이찬영 (zanr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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