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떠날 거야, 항저우
憎_ 1
중국은 9월에 첫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학교 입학을 위해 막 도착한 항저우는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그 어디쯤에 있었다. 이 계절은 모기와 벌레한테 물리기 참 좋은 계절이다. 여름의 모기도 아직 있고, 항저우에서 처음 본 검은깨 같이 생긴 벌레도 있고, 게다가 아직 반팔과 반바지를 섞어 입는 시기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부터 짐을 바리바리 들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에 항저우에 올 때도 정말 온갖 것을 다 챙겼고, 덕분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하물 무게 초과로 공항에서 급하게 짐을 잔뜩 빼서, 그건 또 국제 우편으로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일이다. 암튼, 그 짐 안에는 상비약도 한가득 있었다. 당연히 버물리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모기는 버물리로 안 되는 것 같았다.
모기와 검은깨 벌레는 좀 다른 듯 비슷한 듯,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모기는 보통 상반신을 노리는 것 같고, 검은깨 벌레는 하반신을 노리는 것 같다. 검은깨 벌레의 주 서식지는 항저우라면 어디든 있는 제기 뒤집어진 것처럼 생긴 풀 속인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풀을 스치며 다니거나, 그 풀 옆에 있으면 반드시 이 벌레에게 당했다. 나는 나름 조심한다고 해도 이 검은깨처럼 생긴 벌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너무 심하게 물려서 내가 지나가면 뒤에서 사람들이 ‘세상에! 저 사람 좀 봐..!’ 이런 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반장은(이때는 아직까지 그냥 반장이었던 남편)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벌레기피제며 가려울 때 바르는 것들을 챙겨줬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밖에만 나가면 난 벌레밥이 되었다.
처음 3년 정도는 정말 심하게 물렸던 것 같다. 물리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따갑다가 가렵다가 아프고 아주 난리였다. 초기에는 이걸로 피부과도 몇 번 갔지만, 병원에서는 벌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같다,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의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심한 사람은 멍도 들고 진물도 나온다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 그렇게 심한 편은 또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웃긴 건 한국에서 난, 모기가 그렇게 선호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대부분 주변 사람이 더 많이 물리고 난 잘 안 물리는 쪽이었다! 그런데 항저우 모기와 벌레는 어찌나 나를 좋아하던지. 중국인 친구들은 아무래도 외국인피가 신기해서 벌레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이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모기와 벌레에게 안 물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물론 나의 벌레 피하기 레벨이 많이 올라간 이유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물려도 예전처럼 붓지도 않는다. 아, 시간을 들여 만든 면역인가! 나도 이제 어느 정도 항저우에 살았다고 생긴 일종의 굳은살인가!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나는 이제 제법 이 모기와 벌레의 선호에서 밀리게 되었다. 그들에게 나는 이제 완연한 외국인은 아닌가 보다. 왜냐하면, 요즘에도 가끔 그 시기에 놀러 온 사람들 후기나 이제 막 항저우에서 지내기 시작했다는 어린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벌레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벌레들은 여전히 외국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드디어 벌레들에게 긴가민가한 외국인인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는 덜 물리지만, 그래도 이 계절의 모기와 벌레는 여전히 너무나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