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미즈노 케이야
나는 꿈이 있었다.
PD가 되는 것.
좋은 방송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가족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내 방송을 보며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들에게
내가 그랬듯
꿈을 가졌다면 두려워 말고 부딪치라고
팁을 알려주고도 싶었다.
꿈의 현장에서 내 재능이 더는 빛을 발하지 못할 때쯤엔
강단에 서서 꿈을 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내 꿈을 나눠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22살, 순진하고 당찬 지방 소녀의 꿈을 이용해 사기 쳐 '집 떠나면 고생'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외주프로덕션
24살, 아프면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해 준 지방방송국
25살, 말도 안 되는 체계 속 팀장의 직급을 주며 당시 유행하던 열정페이를 하사해 나를 '잇걸'으로 만들어 준 영화협회
이렇게 비슷한 실패를 여러 번 겪고 많은 좌절을 맛봤다.
이제 더 이상은 방송, 영화 근처는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27살, 그렇게 처음으로 방송영상 분야를 벗어나 월급루팡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공단 인턴
28살,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공을 살린 홍보팀 일은
잠시 외면했던 내 능력을 인정받게 된 반면, 계약직의 비애와 정규직이 꼭 되어야겠다는 독한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예전에 꾸던 꿈을 버리고
몸 편하고, 안정적인 일이 최고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생계를 핑계로 날라리 공무원 준비생 겸 취업준비생이다.
내 인생만 유난히 기구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사는데 빛이 보이지 않는 잔인한 현실이 나에게만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엄마도 몸이 많이 나아져서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고
일을 가지 않고 온전히 쉬는 주말을 맞이해 맘 편하게 도서관을 가 열심히 공부하다
오랜만에 숨이 막혀오고
갑갑한 기분에
열람실을 나와 겨우 간 곳은
2층 책이 진열된 곳.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 곳에서 본
미즈노 케이야의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여기서 책 한 구절.
꿈은 언제나 나를 배신한다.
가고 싶던 대학에는 떨어졌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나를 돌아봐 주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은 맡을 수 없었다.
그래도 꿈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지쳐 있던 나를 격려해줬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젠 한계다.
더 이상 너와 함께 있어도,
괴로울 뿐이야.
나는 꿈을 .....................
버렸다.
울컥하는 반면
참 못났게도 내 인생만 억울한 것이 아닌 것 같아 위안을 받았다.
미즈노 케이야 씨의 편지 내용 中
살면서 한 번만 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비싼 게 아니어도 좋아요.
그냥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다가
만들어 먹어도 좋습니다.
친구와 술도 한잔하고 싶어요.
그렇게 한잔하며 함께 웃고 싶습니다.
"인생, 뭐 별거 있어?"
하며 함께 웃는 거지요.
누군가를 사랑하고도 싶네요.
나를 돌아봐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
꿈을 꾸고 싶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아요.
좀 창피한 생각이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꿈을 꾸고 싶습니다.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시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알 수 있지요.
그렇게 시시한 인생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는
어떻게든
놓고 싶지 않을 만큼
산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었다는 것을요.
나는 지금까지 줄곧
꿈을 이루었을 때에만
자신의 인생이 찬란히 빛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내 인생은아무 보람도 없는
보잘것없는 삶이라고 생각해 왔지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 빛나는 일이었습니다.
삶,
그 자체가 빛이었던 거예요.
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너무나 눈부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