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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Feb 20. 2024

꿈과 성장, 인생은 사건의 연속

지금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면 대학교 자퇴를 결정한 이유가 조금은 막무가네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대학에서는 할 수 없던 많은 성취를 이뤄서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선택만으로 인생이 이뤄졌다면 인생은 도박이 되어버렸겠지. 선택을 옳게 만드려는, 찌그러진 깡통이 홀로 제 몸을 펴내는 노력이 필요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키르케고르가 말했다. 대학교를 자퇴하는 순간, 엄청난 시간이 자유로 다가와 내 목을 옥죄었다. 텅 비어버린 광야 같은 시간 위에 나는 방황하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을 전부다 했다. 대부분 공부였는데, 자본주의를 공부하다가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하다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마케팅을 공부하고, 마케팅을 공부하다가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우리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수학, 역사 등등


그리고 계속해서 일기를 써왔다. 그러다가 작은 공책에 시간표를 만들고 매일 어떤 시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했다. 광야 같은 시간 위에서 방황하고 허송세월 봐내는 시간들을 기록하며 괴로워했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내가 왜 이런 일을 선택했고, 이런 일을 당했는지 '개인의 역사'가 세워지지 않아 불편한 일도 계속 반복된다.


나는 계속해서 한 분야를 섭렵하면, 분야를 바꿔가며 공부했다. 때문에 성취는 있었지만 물질로 드러나는 성과는 없었다. 뭐 20대는 상태의 변화, 성장을 위해서 보내기로 했으니까. 괜찮았다.


나는 이 나라 환경 덕을 많이 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근근히 먹고 사는 가정에 뭐 사건이 생길때마다 빚이 늘어나는 흙수저 집안이지만 이 나라는 도로 요충지마다 도서관이 있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다. 나는 이 도서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게임도 많이 했지만 나를 본질적으로 성장시켜준 건 아무래도 책이었다.


책을 통해서 꿈을 키우고, 독서 모임이나, 친구, 친척, 교회 등의 모임을 나가서 대화를 나눠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타협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무책임한 말에 휘둘리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그런 인생을 후회하는지.


인생을 이루는 요소를 쉽게 몇 가지로 나눠보면, 시간, 그 시간 위에 놓인 개인, 그리고 그 개인이 일으킨 시간 위의 사건으로 구성된다.


우리가 자신을 포함한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식과 같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우리가 일으킨 사건의 연속으로 정리되고, 우리는 그런 사건을 겪고 살아온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온 이력이 중요해진다.


우리의 인생에 재미없는 시기가 왔다는 것은 너무 반복된 일상에 의해 우리의 뇌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취미 생활이 중요하고, 익숙해진 분야에서도 계속해서 정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생을 두 가지로 나눠보면 첫째로, 정진하지 않고, 사건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인드라던가 주장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사건 없이 흘러버린 시간을 "죽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반면 정진하며, 사건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인드라던가 주장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시간 위에 사건이 건설된 시간들을 "역사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수명의 끝에서 죽음 앞에 멈춰서서 돌아본다면 죽어버린 시간보다, 살아 숨쉬어 역사하는 시간이 더 많길 누구나 바랄 것이다. 노인들에게 지난 삶에서 가장 후회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보는 인터뷰 하는 영상들을 보면, 결국 역사하는 시간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한다. 어쩌면 새로운 인생, 사건을 열어줬을 것들에 대해 후회한다는 점은 이런 관점으로 인생을 볼때 놀라운 것도 아니다.


진짜 죽으려고 보니까. 축복같던 지난 시간들을 너무 많은 시간을 죽은 듯이 조용히 보냈다면 얼마나 비참해질지는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살아숨쉬는 시간을 만들기를 희망해본다.


이미 나조차도 많은 시간 속에서 자유의 현기증인 불안을 느끼며 살아갈 때와 시간 위에 사건을 건설하며 살아갈 때, 그러니까 정확한 목표와 꿈! 그냥 허송세월로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괴로움보다 도전하는 인생을 살아갈 때 오는 괴로움이 나는 훨씬 좋고 기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우리 모두가 고통받다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광야 같은 시간 위에서 고통 받고 후회하며 죽기보다 조금 고통스러워도 그 텅빈 시간 위에 사건들을 건설하며 고통 받고 기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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