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에너지가 되다,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경기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 구축

by 임창휘 경기도의원

[Chapter 9] 경기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 구축

: 집이 에너지가 되다,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아파트는 더 이상 에너지를 소비하는 ‘하마’가 아닙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나누는 ‘발전소’가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 2명 중 1명은 아파트에 삽니다. 아파트는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공간이자 삶의 안식처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우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탄소 배출의 최전선’이기도 합니다.


여름이면 빽빽한 아파트 숲의 실외기가 뿜어내는 열기로 도심은 펄펄 끓어오르고, 겨울이면 치솟는 난방비 고지서 앞에서 한숨 짓는 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우리는 과연 어떤 집에 살아야 할까요?


그 해답은 명확합니다. 바로 ‘제로에너지 아파트(ZEB, Zero Energy Building)’입니다. 태양광 패널이 덮인 지붕과 벽면에서 전기를 직접 만들고(생산), 고성능 단열재와 기밀 창호로 새어나가는 열을 꽉 잡아(효율),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0’에 가깝게 만드는 집.


이것은 먼 미래의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회색빛 콘크리트 숲을 녹색 발전소로 바꾸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하는 담대한 ‘주거 에너지 혁명’의 서막입니다.


1. 진단: 따로 노는 정책, 방치된 지붕


그동안 경기도의 주택 정책과 에너지 정책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이 존재했습니다.


① (따로 노는 정책의 엇박자) 기후환경에너지국은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아파트를 짓고 공급하는 도시주택실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주택 공급 물량 달성”과 “하자 없는 시공”에만 몰두했습니다. 서로의 목표가 다르니 시너지가 날 리 만무했습니다.


② (방치된 기회의 공간) 아파트의 옥상과 넓은 벽면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최고의 입지입니다. 그러나 부서 간 협업 부재로 이 소중한 공간들은 텅 비어 있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경기도가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조차 태양광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고, 설치된 곳조차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어 전기가 얼마나 생산되고 소비되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깜깜이 데이터’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③ (건설사의 외면) 민간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증가한다”, “설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제로에너지 도입을 꺼렸습니다. 이를 설득하고 이끌어줄 명확한 ‘경기도형 표준 가이드라인’이 부재했기 때문입니다.


“부서 간의 벽을 허물어야 아파트가 비로소 발전소가 됩니다. GH는 단순한 ‘집 장사’를 넘어, 에너지를 설계하고 도시를 경영하는 ‘에너지 디벨로퍼’가 되어야 합니다.”


2.1. 변화: GH, ‘에너지 디벨로퍼’로 다시 태어나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를 통해 끈질기게 ‘협업’을 주문했습니다.


도시주택실과 기후환경에너지국 간의 협업 채널이 가동되었고, 방치되었던 임대주택 지붕에 대한 태양광 잠재량 전수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행정의 칸막이가 허물어지자, 비로소 아파트의 지붕이 ‘기회의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GH에서도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GH는 ‘탄소중립·RE100 전략’을 수립하며, 단순 주택 공급자를 넘어 에너지 생산과 관리를 아우르는 ‘에너지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선언했습니다.


2.2. 전략: 경기도만의 ‘표준’을 만들다


협업의 기반 위에, 구체적인 ‘실행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경기도형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입니다.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표준모델 개발 협의체’를 구성하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① 단순히 ‘좋은 집’이라는 구호를 넘어, 단열재의 종류부터 태양광 패널의 각도까지 건설사가 즉시 적용 가능한 ‘표준백서’를 만듭니다. ② 단열 성능을 극대화하는 ‘패시브(Passive)’ 기술과 벽면 일체형 태양광(BIPV) 등 ‘액티브(Active)’ 기술을 결합하여 최적의 효율을 찾아냅니다. ③ 새로 짓는 모든 공공주택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획기적으로 높여, 건물의 태생부터 ‘저탄소 유전자’를 심어줍니다.


초기 공사비 증가는 최소화하면서도 에너지 절감 효과는 극대화하는 ‘가성비 모델’의 탄생은 민간 건설사들에게 “제로에너지 아파트, 어렵지 않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입니다.


2.3. 혁신: 스마트폰처럼 진화하는 모델


①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이 매년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해 새롭게 출시되듯, 표준모델 또한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박제된 문서’가 아닙니다. 해마다 발전하는 태양광 효율, 단열 신소재 등 최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Version-up)해서 공사비는 낮추고 효율은 높여 ‘최고의 경제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② 기술개발을 촉진해야 합니다. 경기도가 매년 더 높은 기준과 신기술 적용을 예고함으로써, 민간 건설사와 자재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게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③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의 관리와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이 데이터입니다. 아파트 단지별 발전량과 소비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RE100 거래 플랫폼’이 도입되면, 경기도의 아파트는 스스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똑똑한 ‘유기체’가 됩니다. 아파트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투명한 데이터로 증명하고, 남는 전기는 기업이나 이웃에게 판매하는 진정한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3. 확장: 한계를 넘어, 기존 도시를 깨우다


신축 아파트의 등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경기도의 정책은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합니다.


신축 건축물이라 해도 부지 면적이나 일조량 등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확보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현재의 기술만으로는 100%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혁신적인 제도를 준비 중입니다. 바로 신축 건물이 확보해야 할 재생에너지 의무량을, 인근 기존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으로 대신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무조건적인 인정이 아닙니다. 신축 건물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적용 가중치를 차등화하여(거리 계수 도입), 해당 지역 내에서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만듭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오래된 건물 지붕에도 태양광이 깔리게 됩니다. 신도시 개발이 구도심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강력한 트리거(Trigger)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제도를 통해 노후 아파트에도 별도의 큰 비용 부담 없이 태양광이 설치됩니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 관리비 고지서의 앞자리가 바뀝니다. 폭염에도 전기료 걱정 없이 에어컨을 켜는 어르신들의 편안한 미소, 이것이 우리가 그리는 ‘에너지 복지’입니다.


결국 경기도의 제로에너지 정책은 신축 건물 하나를 바꾸는 것을 넘어, 경기도 전역을 거대한 ‘에너지 생산 기지’로 전환하는 원대한 프로젝트입니다.


4. 포용: 소외된 땅에 희망을 'RE100 특구'와 'RE100마을'


도심의 아파트를 넘어, 소외된 지역과 주민을 위한 ‘RE100 특구’과 ‘RE100 마을’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을 넘어선 ‘균형 발전’과 ‘공정’의 문제입니다.


(규제에 묶인 땅, 새로운 해법) 경기 동부의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자연보전권역 등 각종 규제로 묶인 지역의 주민들은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며 희생을 강요당해 왔습니다. 이 지역을 ‘RE100 특구’로 지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습니다. 대규모 공장이나 오염 시설은 지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깨끗한 햇빛 발전소는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규제가 낳은 빈곤을 신재생에너지가 주는 풍요로의 전환입니다.


(주민참여형 이익 공유) 외부 자본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마을 주민들이 직접 조합을 결성하여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RE100마을'의 발전 수익이 고스란히 주민들의 연금이자 마을 발전 기금이 되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소득을, 경기도에는 깨끗한 에너지를 선물하게 됩니다.


5. 에필로그: 집, 기후를 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


우리의 시선은 개별 건물을 넘어 마을, 그리고 도시 전체를 향합니다. 점(건물)들이 모여 선(마을)이 되고, 그 선들이 모여 면(도시)이 되는 ‘에너지 제로 도시(Zero Energy City)’의 청사진입니다.


경기도가 새롭게 만드는 3기신도시, 80만 호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그곳이 거대한 ‘가상 발전소(VPP)’가 되는 미래를 계획해 봅니다. 설계 단계부터 '진화형 표준모델'을 적용해서 도시 전체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거래하는 거대한 발전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신축 건물의 고효율화, 기존 도시의 RE100거래플랫폼 참여, 그리고 규제 지역의 RE100특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도시는 탄소를 배출하는 오염원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생명체가 됩니다.


제로에너지 아파트는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후 위기라는 파도로부터 나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방파제이자,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자산입니다.


경기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은 그 꿈의 설계도를 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그 설계도를 기반으로 건물들과 도시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집이 에너지가 되는 세상,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열겠습니다.




❑ 공동주택 태양광 보급확대 회의 (2024.06.27.)

❑ (도시환경위원회) GH-기후환경에너지국 협업 및 통합관리 확대 (2024.07.24.)

❑ GH 탄소중립·RE100 전략보고회 (2024.08.23.)

❑ (행정사무감사) 경기RE100 공급계획의 정량자료 구축 및 공간전략 수립 (2024.11.18.)

❑ 경기 RE100 포럼 (2024.11.28.)

❑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 개발 및 활성화 (2025.02.13.)

❑ 경기도 제로에너지 아파트 비전선포식 (2025.03.11.)

❑ 경기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 연구 착수회의 (2025.03.27.)

❑ 제로에너지 도시 조성을 위한 협력회의 (2025.05.09.)

❑ [도정질문] 경기 RE100 달성을 위한 제언 (2025.06.12.)

▸ 5. ZEB :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방안

❑ GH 공공임대아파트 재생에너지 확대회의 (2025.08.27.)

❑ 경기 제로에너지 아파트 표준모델개발 협의체 2차 회의 (2025.09.24.)

❑ [OBS라디오] 경기도 아파트 이야기 (2025.11.07.)

▸ 3. 경기도 '제로에너지아파트' 표준모델 : 새로 짓는 아파트는 제로에너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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