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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Dec 31. 2022

나의 영혼을 만나 엄청난 비밀을 듣다

혼자 부산 여행


새벽 05:50 눈이 번쩍 뜨였다.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이었다. 오늘은 부산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날이다. 20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1층 현관에서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마주했다. 흰 눈이 깨끗하게 소복이 쌓여 있었다. 눈은 스스로 빛나며 어둠을 밝혔다. 우리 강아지가 눈 오는 날 산책하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모르게 익숙한 다른 정류장으로 걷고 있었다. 조금 일찍 나와서 다행이었다. 기차역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반대로 가는 걸 탔다. 빨리 깨닫고 무사히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부산을 향해 달려갔다. 창 밖 하늘은 짙은 보랏빛이었고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그 장면은 순식간에 사라졌기에 지켜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이런 변화를 주길 바랐다.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기, 불안을 비우고 여유를 채우기, 세상을 자상하게 바라보기 등


졸다가 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바라봤다. 거의 다와 가는 중이었다. 여행 계획을 짜긴 했는데 밥 먹고 디저트 살 장소 몇 곳이었다. 기차 안에서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여행에도 일요일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자유로운 휴식 같은 여행을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부산역에 도착해 조금 낯설어하다가 도시철도를 타고 서면에 핫한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뉴욕과 브루클린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는데 마침 외국인들도 있었다. 여행이구나 더욱 실감이 났다. 광안리로 이동해 떡집에서 떡을 샀다. 나가려는 찰나에 사장님이 떡을 하나 더 챙겨주셨다. 부산은 나에게 친절했다.


요즘 난 삶이 무거웠고 외로웠다. 그런데 더 철저히 혼자 있고 싶어 여행을 선택하고 내가 잘 모르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나의 영혼을 마주하고 싶었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되는지 듣고 싶었다.


'여행을 하면 나의 시간 공간을 내가 선택하면서 내 여행의 무늬가 드러난다'


골목 사이로 광안리 해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여행을 하면서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하니 짜릿하고 즐거웠다. 광안리 해변에 아무렇게나 앉아 광안대교를 바라봤다. 차들이 작게 보였다. 해운대로 떠날 계획이었으나 광안리가 좋아서 저녁 기차 때까지 있기로 했다.


광안리의 낮, 저녁, 밤을 모두 지켜본 하루였다. 나는 여행을 할 때 새로운 것을 깊게 음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여행 중 틈날 때마다 모든 순간의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들고 오길 정말 잘했다. 내 감동과 흥분에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밤바다는 미친 듯이 사랑스러웠다. 파도의 신기한 움직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용의 모습을 한 하루가 물 위를 스치며 달리는 모습처럼 파도가 수면 위를 헤엄쳤다. 파도가 나에게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응, 너 정말 잘한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니 더 멋진 묘기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고 뭉클하게 와닿았다.


부산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나를 안아주었다. 혼자 떠난 부산 여행 덕분에 내년을 멋지게 살아갈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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