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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모 Apr 13. 2020

통장이 먼저 결혼해 버렸다

#12. 예산을 짜 보자








































































































































직업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나름 내가 플랜맨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결혼에는 어떤 항목이 있는지도 잘 몰랐던 데다가

그 항목에 평균적으로 어느정도의 지출이 필요한지 알지도 못했던지라

예산을 세울 수가 없어서 예식장까지는 그냥 덜컥 지출을 해버렸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커다란 미션 앞에서 뭔가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예산을 세워보기로 했다.


우선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이 부분에선 서로 재산(?)규모를 공개하지 않기도하고, 일부만 공개하기도하고, 

우리처럼 전부 공개하기도 하니 선택적으로 두 사람이 합의하면 될 것 같다.


우리는 일단 서로의 재산을 모두 공개했고,

어차피 합쳐지게 될 거 먼저 합쳐서 '우리 돈'으로 묶어놓고 일부를 결혼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우리 돈'으로 묶으니 네 돈 내 돈하며 날 세울 일이 없어서 좋았고,

우리 두 사람이 운명 공동체로 묶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일찍 실감이 났고,

무엇보다 결혼 이후를 생각하며 과소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가용 자금을 확인한 뒤에야 예산을 세울 수 있었는데,

그 사이 각종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서

주워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 커다란 항목을 대충 잡은 뒤에


금액도 대강 어디서 들어본 대로 

'이정도는 든다더라(=정보)' + '우린 이게 더(덜) 중요하다 (=우선순위)' 로 정했다.


결알못인 우리가 세운 예산인지라

나중에 결혼을 진행하면서 별 수 없이 예산을 계속 수정해야하긴 했지만

총 가용자금을 넘어서지 않도록 더하고 빼면서 조절하였다.


사실 '결혼에 가성비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비쌀 수록 좋다)

진짜 한도 끝도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싼 걸 보고 한 번 눈이 높아져버리면 낮은 금액대에서 만족하기는 여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산을 세우고 나니, 지출에 앞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생겨서

덕분에 무분별한 소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싸게 하려면 엄청나게 비싸게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가성비 좋고 저렴하게도 할 수 있는 것이 결혼 준비이다.


우리의 자금은 한정적이고 선택할 것은 산더미.

그 모든 걸 다 좋은 걸로 고르면 좋겠지만 

우리는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말에 넘어가서 결혼 이후를 후회 속에 살고 싶지 않았다.

(물론 결국 그 말에 넘어가서 지른 것들도 없진 않다...)


미리 두 사람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에 비중을 더 두고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돈과 시간, 정성을 덜 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선택의 문제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보다 통장이 먼저 결혼을 해 버렸다.

이게 말로만 듣던 통장 결혼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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