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산도는 내 마음 위에 덮인, 새하얀 생크림 붕대였다.”
나에게 음식은
나의 하루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내가 그 날 먹는 한 끼는, 그리고 간식은
그 날의 나를 보여주는 그림이 되어 주었다.
나는 왜 이토록 음식에 마음을 쏟는걸까?
나는 등원을 마치고, 카페에 걸어갔다.
집 앞에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카페는
나를 지켜주는 존재다.
카페에 갈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이끌리듯이 들어가게 됬다.
카키색 익숙한 카페 간판은, 내가 매일 입는 뉴발 카키색 바람막이와 닮아서 좋았을까?
사실 내가 들어간 이유는 ….
오늘 아메리카노가 900원 행사중이라는 글자를 봐서였을거야.
카페에 들어가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카번을 담아버렸다.
그리고 그 옆에 보이던…
하얀생크림을 품은 딸기산도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4500원이었나?
평소 같으면 사먹지 않았을 가격의 딸기산도를
난 오늘 왜 먹고 싶었을까?
자주 먹는 소세지빵, 에그마요샌드위치도 사버렸다.
오늘 난 많이 허기 졌나보다.
그 허기는 어디서 왔을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켰다.
원래는 포장해가려고 말했다가,
모카번이랑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먹고간다고
다시 말했다.
그렇게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았고,
딸기산도 사진을 정성껏 찍어버렸다.
병가 중인 나에게는
온전한 쉼이 주어지지 않아서 일까,
복귀준비 해볼까? 더 쉬어야할까? 그냥 그만둬?
갖가지 충동이 늘 나를 힘들게 해서 였을까,
그런데,
딸기산도를 한입 베어물었을 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달콤하고 새콤했던 너,
빵과 생크림, 딸기의 식감에 온전히 집중해버렸다.
우와,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어떤 생크림을 사용한걸까?
딸기가 어떻게 이 모양을 잃지 않고 그대로일까?
너를 지켜주는 냉장고의 온도는 몇도일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늘 곰곰이 생각해봤다.
딸기산도를 먹으며
나는 왜 “음, 맛있다”로 끝나지 않는걸까?
그 생각의 끝에서 하나의 조각을 줍게 되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꾸던 어린 날의 조각하나였다.
그날 내가 먹었던 딸기산도는
나의 힘든 마음을 잠시 감싸 안아주는 붕대같았다.
새야한 붕대는 새야한 생크림과 닮았고,
빨간색 딸기는 상처의 조각이되었다.
딸기산도야,
너를 만나게 된 그 마음 한켠에는
“나 힘들어” “나 괴로워” “나 살려줘”
이 마음들이 가득했었던 것 같아.
그런 나를 알아채 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만의 달콤함으로 나를 안아줘서 고마워.
오늘의 감정 한줄평
간식으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어서,
그 다독임이 멀리 있지 않아서,
그래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