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더위를 피해서 분위기, 먹거리, 볼거리, 음악 감상할 수 있는 곳
지난밤은 이번 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밤을 보낸 이후 처음으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잠을 청했네요.
처서가 지나서야 겨우 선선함을 느낄 수 있네요.
이제 더위는 그만 좀 물러나 주어도 될 터인데 아직도 한낮의 더위는 기가 꺾이지 않네요.
지난 일요일은 하루 종일 집에서 올림픽 마지막을 보면서 이리저리 뒹굴었습니다.
누구나 다 경험을 해 보아서 아시겠지만 그런 날은 오히려 더 피곤합니다.
오후가 되니 더위가 더 열을 올려서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좋은 곳에 데려갈 테니 따라나서라 했습니다.
처음 아내는 같이 갈 생각이 없더니 같이 발걸음을 하겠다고 하네요.
그렇게 다녀온 곳이 바로 사천 와인갤러리입니다.
그곳이 어디냐고요? 사실 사천에 정착한 지 10년째인 나도 올해서야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런 곳이 있다고 말을 던졌으니 이곳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살펴볼까요?
네이버 지도 검색 결과입니다.
제가 사는 동강아뜨리에 아파트에서 약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진주에서도 사천에서도 하동에서도 접근하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길을 잘 모르시는 분은 진양호 캐리비안온천을 검색한 후 찾아가도 됩니다.
진주 -> 하동 방향 국도를 따라 진양호 캐리비안온천을 지나 우측 편에 주유소가 하나 보이는데
그곳에서 약 500m 정도 더 직진하면 왼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습니다. 좋은 곳인데 그래서 아쉽습니다.
이곳도 사용하지 않는 기찻길의 터널을 개조해서 만든 와인 저장고입니다.
원래 와인 동굴은 경북 청도가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잠깐 청도에 있는 귀뚜라미 보일러에 다닐 때 밀양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청도에 있는 와인 동굴을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청도는 감이 유명하기 때문에 감와인을 그곳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터널의 특성상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1년 내내 같은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와인이 좋은 환경에서 숙성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 사천 와인동굴은 청도 와인동굴의 아류작일까요?
'와인'과 '동굴'이란 매개체를 같이 한다는 것을 보면 사천이 청도를 따라간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사천 와인동굴은 그 이름이 '와인갤러리'인 것처럼 와인만이 중심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을 살펴보면 왜 이름이 '와인갤러리' 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터널 초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분명 와인입니다.
판매를 위해 보관하고 있는 와인과 와인병으로 꾸민 무드 조명을 보면
이곳도 와인을 저장 및 판매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입구에는 무료로 와인을 시음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사천은 다래가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곳 와인도 다래를 주재료로 한 다래와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포도와인의 쓴맛보다는 감와인 또는 다래와인의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 좋네요.
아이들이 와인을 마셔야 하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와인 외에 간단한 간식과 사천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딸기로 만든 딸기 주스도 판매합니다.
그리고 동굴 바깥에는 미니 슈퍼와 화장실도 있습니다.
혹시나 화장실을 이용하시고 나면 그냥 나오지 말고
반드시 세면대에서 세안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계곡 물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너무 시원합니다.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입구에서 백구 한 마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날씨 때문인지 아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지쳐서 인지 그냥 모든 게 귀찮은 듯 누워 있네요.
터널 입구에서 가볍게 인증샷을 하나 남깁니다.
아이들 방학기간이라 혹 방학숙제의 재료로 활용을 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와인 무료 시음 및 판매 간식 코너를 지나고 나면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잠깐 무더위를 식히고 난 다음 천천히 터널 안쪽으로 걸어가면서 작품들을 감상해 보세요.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래서 안쪽까지 들어가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다행히 시간을 잘 맞춰 온 것 같네요.
이곳에서 작은 독주회가 있네요.
전자 바이올린인데... 귀에 익숙한 곡들을 들려줍니다.
음악에 취해 있다 동굴 벽면을 보니 비좁은 틈새로 생명이 싹 틔워 있네요.
태양이 아닌 인공조명에도 이렇게 자라난 것을 보니 작고 가냘파 보이는 녀석에게서
오히려 강인함이 느껴지네요.
남들처럼 태양광의 조명도 없이 기름진 토양이나 흙도 없는 어둡고 황량한 곳에
어떠한 기회로 씨앗이 날라 들어왔는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비난하고 탓하기보다는 그곳에서라도 묵묵히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는...
나보다 너 나은 것 같네요.
터널을 빠져나와서 두 아이들은 백구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네요.
참고로 주차장은 충분히 넓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늦게 와서 다른 곳을 들리지는 못하고 완사에 가면 소고기가 맛있는 곳이 있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참고로 완사역 인근에는 곤명 녹차 단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가볍게 송비산을 산행 후 고기를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