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by Jun Kim

새벽부터 내린 비가 그칠줄 모르고 오전 내 내립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아마도 이 비는 가을을 몰고오는 반가운 비가 될테죠. 부디 딱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내리는 비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언제부터인가 비를 맞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항상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이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가면 다시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내립니다. 어디를 가도 요즘은 건물 지하주차장이 있어 비를 맞을 일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가 오는 날은 밖에 나가기도 귀찮아서 점심도 배달을 시켜 먹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비오는 날 밖에라도 나갈라하면 우산이 문제입니다. 보물찾기 마냥 우산찾기 전쟁을 치룹니다. 내 우산이란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됐죠. 그나마 집에 있는 몇 안되는 우산도 아이들이 쓰고 나가면 없기 일쑤입니다. 그러면 또 나는 비를 맞지 않는 지하주차장을 찾아 헤매입니다. 어쩌다 한 번 우산쓰고 비오는 거리를 걷는 게 쉽지 않은 일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듭니다. 어느 지역은 폭우가 쏟아져 거리와 건물이 물에 잠기고, 또 어떤 지역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집집마다 급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하지만, 평소 비를 잘 맞지 않다보니 비에 대한 관심이 적은 나는 이런 가뭄과 홍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적어지고 무뎌집니다. 풍요롭고 안락한 일상이 내 이웃과 지역,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도시생활이 만들어주는 자연스러운 무관심인 것이죠.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으려 합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선루프 커버를 열고 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려 합니다. 비가 내릴 때 들리는 소리와 습한 기운의 냄새, 비를 맞을 때의 감촉을 느껴보려 합니다. 자연은 바라만 봐서 알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느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래야 관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도시생활의 편리함이 자연의 풍요로움을 잊게하는 요즘입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비와 바람, 햇빛을 느껴보며 자연의 풍요로움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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