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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ug 07. 2022

우물과 산, 수로가 있는 도시

일본 마츠모토 여행기

전날 늦게 마츠모토에 도착해서 밤 10시가 되어서야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들었다 깨어나니, 아침을 한참 넘긴 시간이었다. 마츠모토에 오기 전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서 구경했기에 이날은 피곤이 풀릴 때까지 늦잠을 자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으니 아침밥을 먹어야겠지만, 게스트하우스 이다보니 따로 준비된 아침밥은 없었다. 물론 미리 전날에 아침거리를 사다가 냉장고에 보관해 둔다면 그걸로 아침식사를 할 수 있겠지만, 차라리 늦잠을 자고 나가서 구경을 좀 하다가 늦은 아침을 먹는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사실 여행 다닐 때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지만, 아침을 먹으면 밖에서 음식 구경할 기회가 한 번 줄어든 다는 것이 나중에 알게 된 새로운 깨우침이었다. 




직원에게 점심 먹을 만한 곳이 무엇이 있는지, 유명한 곳이 어떤 곳이 있는지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다가 마츠모토에 말고기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군대 가기 전 제주도에 가서 운 좋게 먹었던 것이 기억이 나서,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먹는 말고기의 맛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늦은 아침으로 먹기엔 제격이라는 생각에, 말고기 음식점을 지도로 찾아본 뒤 길을 나섰다. 




마츠모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쭉 뻗은 길 너머로 보이는 산맥




마츠모토는 근처의 산맥들에 위치한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가서 조금만 걸으니 쭉 뻗은 도로 너머로 높은 산맥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검색해 둔 말고기 집으로 가기 위해 천천히 길을 걸어가는데, 내가 생각하는 현대적인 도시의 깔끔한 모습이 아닌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모습도 나름 마음에 들어서 천천히 골목길을 구경하고 저 멀리 있는 산의 크기를 가늠하며 걸어가니, 마츠모토 성이 나왔다. 전날 밤 지나가면서 구경했을 때는 갑자기 불이 꺼져버려서 어둑한 밤하늘 아래 성을 구경했는데, 환하게 밝은 날 성을 다시 보니 크기가 꽤 커 보였다. 성 주위로 공원이 있었는데 주위를 돌아보니 연못에 비친 성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 근처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성은 그런 내 성향에 딱 맞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하지만 이날은 날씨가 아주 맑은 편은 아니었고, 다음날이 되면 날씨가 더 좋아질 예정이었기에 성에 있는 전망대 구경은 다음날 하기로 하고 근처를 돌아보기만 했다.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그런지, 규모가 꽤 커 보였던 마츠모토 성




성과 연못, 함께 어우러진 주위의 전경이 좋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말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에 도착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나는 어떤 음식점이 말고기 음식점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도에 있는 위치에 음식점은 있었지만 들어가도 되는지, 진짜 음식점인지, 메뉴판 같은 것이 밖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니 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근처에 있는 음식점들을 다 같이 둘러보고 나서 여기가 말고기 집인가보다, 해서 들어갔었다. 앉고 나서 메뉴판을 펼쳐 보고 나서야 나는 음식점이 말고기 집이 아니라 소바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 나가기도 애매하니 소바를 먹어 보기로 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음식점 안에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소바를 주문하고 사진도 편하게 찍을 수 있었다. 주방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서 소바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빠르게 소바가 나왔다. 어디서 왔냐고 영어로 물어보는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한 뒤, 소바 사진을 찍고 한번 먹어 보았다. 사실 일본에서 소바를 사 먹어 본 적은 별로 없었지만, 이때 마츠모토에서 먹은 소바는 아주 빳빳한 식감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먹으면서 일부러 덜 삶아서 빳빳한 것인가, 아니면 삶고 나서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팍팍 씻어서 뻣뻣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어쨌든 간장의 은은한 맛에 입안 가득 들어오는 탄수화물 면의 맛은 없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이 좋아서, 말고기를 못 먹어 아쉽다고 생각했다. 마츠모토를 떠나기 전 꼭 말 고기를 먹어보면 좋겠다 생각하며 소바 가게를 나왔지만, 나중에 꼭 해야지 하는 것들은 할 수 없어서, 결국 마츠모토에서 말고기를 먹지 못한 상태로 떠나고 말았다.




말고기 가게인 줄 알고 들어갔던 소바집




들어가 보니, 점심 시간 직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나뿐이었다




빳빳한 식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소바면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일정을 진행하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마츠모토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계속했다. 몇 개의 번화가를 거치는데 옛날 느낌이 나는 빵집을 보기도 했다. 빵을 좋아하니 한번 사 먹어 봐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때도 빵집을 보며 나중에 다시 와 봐야겠다 생각하고 들어가지 못했다. 마츠모토에서는 이런 가게가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와야지 했다가 결국 다시 가지 못했던 그런 가게. 




작은 골목길을 따라 주방용품 전문점들이 늘어선 곳들도 있었는데, 컵과 조리도구 같은 것들을 구경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곳곳에서 우물을 볼 수 있었는데, 게스트하우스의 마츠모토 안내 책자에서 봤던 말이 기억났다. 마츠모토에는 깨끗한 물이 나오는 우물이 많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식수도 근처의 우물에서 길어 온다고 했었는데, 우물에 실제로 물을 뜨러 오는 사람들도 몇 번 봤던 것이 꽤 많은 사람들이 식수로 우물물을 마시는 듯 했다. 




가게를 구경하다가 개천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니, 저 멀리 산맥이 보였다. 조금 더 집중해서 보니 산맥의 거친 굴곡도 볼 수 있었다. 구름이 있어서 짙푸른 하늘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 모습이 충분히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싶었던 가게가 유달리 많았던 것 같은, 마츠모토의 가게들




주방용품을 파는 가게가 많았던 거리




문득 다시 사진을 보니, 마음에 드는 식기류를 살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개천 너머로, 울퉁불퉁한 산맥의 굴곡이 보였다




주민들이 물 떠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우물들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디저트류를 파는 가게도 볼 수 있었는데, 길을 가다 달달한 향기가 확 끼쳐 보니 바움쿠헨 파는 가게가 있었다. 바움쿠헨은 철봉에 반죽을 부어 가며 나이테 모양으로 계속해서 쌓아 굽는 케이크인데,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인기가 많았다. 밖에는 모형이 있었지만 달달한 향기에 이끌려 들어가니, 안쪽에서는 정말 바움쿠헨을 만들고 있었다. 낱개로 된 소포장도 있어 몇 개 사서 다음날 열차 안에서 먹었는데 적당히 달콤한 맛이 좋았다.




바로 근처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도 있었는데,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지나가다가 들어가 하나 사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종종 사 먹는데, 이곳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그때 일본 여행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과 산맥




바움쿠헨 가게는 달콤한 향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로얄 스위트 바닐라 라는 이름에 이끌려 들어간 아이스크림 가게




맛은 아주 만족스러워서, 이때 일본 여행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중 가장 맛있었다




천천히 역 쪽으로 걸어가면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 보니, 길 한 편에 수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도 꽤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신기해서 길을 따라가며 구경하는데, 꽤 큰 물고기가 수로 안을 헤엄치고 있었다. 수로 안에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있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부풀리면 잉어 만한 크기의 점박이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었다. 




마츠모토 근처의 산맥 너머에서는 비가 오는지, 종종 보이는 산맥 너머로 짙은 구름이 껴 있기도 했다. 마츠모토를 얼추 둘러본 뒤 기차를 타고 가려는 곳이 산맥 방향이기에, 가서 비가 오면 구경하기 불편하지 않으려나 싶었다. 하지만 날씨 예보라는 것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기도 하고, 특히 이때즈음에는 더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직원의 이야기가 있었다. 게다가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아쉬운 일이었다. 



좁은 골목길 양 옆으로 이어지는 가로등과 그 아래의 좁은 수로




수로 안엔 꽤 큼지막한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개천




저 멀리 산맥의 날씨는, 아무리 봐도 우중충할 것 같았다




결국 마츠모토 역에 가까워져 가니 아침의 적당히 맑은 날씨는 사라지고 흐려지기 직전의 날씨가 되었지만, 그날 가보기로 생각한 곳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차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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