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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게 먹으려고 살려두는 곳

횟집의 어항과 물고기

by 문현준

동생은 해산물 음식을 좋아해서 회를 종종 먹는다. 나는 동생만큼 회를 좋아하진 않아도, 새로운 것을 먹어본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먹는 것은 좋아한다. 그런데 동생이 집에 올 때마다 회 먹으러 가는 곳은, 똑같은 곳에 가서 똑같은 생선회를 먹는 것이기에 나에게는 좀 아쉬울 때가 많다. 그래도 동생이 집에 와서 같이 밥 먹는 일이 많지는 않으니, 올 때마다 가급적 동생에게 맞춰 주고 같이 회를 먹으러 간다.




동생과 자주 가는 횟집은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있는데, 버스로 두 세 정거장 정도를 가면 있다. 번화가 조금 변두리에 있지만, 그 근처에 횟집이 그곳 밖에 없어서 사람들로 붐비곤 한다. 우리는 2층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회를 먹곤 하는데, 횟집으로 들어가다 보면 입구 바로 오른쪽에 큰 어항이 있다. 어항 안에는 살아있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어서 방문객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되어준다. 특히 아이들과 같이 온 가족 단위 손님이 함께 물고기를 구경하곤 한다.




이 곳의 어항은 다른 곳의 어항에 비교하면 좀 더 큰 편 같아서, 각기 다른 종류의 크고 작은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다. 그러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부엌 쪽에서 방수 앞치마를 두른 사람이 뜰채를 가지고 나온다. 유리 쪽을 바라보며 뜰채를 능숙하게 넣어 원하는 물고기를 건져낸 뒤, 크기가 작으면 주방으로 바로 가지고 들어간다. 힘이 좋아 물 밖에서 펄떡이는 힘이 강하면, 옆쪽에 놓여 있는 망치를 손에 든다. 팔딱거리는 물고기의 머리를 겨냥해 몇 번 내려치면, 물고기가 이내 잠잠해져 주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주방에서 물고기는 해체되어 피가 빠지고, 내장은 버려진 다음 살이 발라져 손님의 상 위에 차려질 것이다.




물고기를 어항에 넣는 이유는 살려 두려고 넣는 것이다. 어항은 산소가 포함된 바닷물을 공급하고 어항 안을 깨끗하게 유지해서, 바다 안에서 살고 있던 물고기들이 조금 더 오랫동안 활력있게 살도록 할 수 있다. 그래서 물고기는 며칠 전 아니면 어쩌면 더 오래 전 넓은 바다에서 끌어올려지고 나서 지금까지, 물 안에서 팔딱이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를 어항에 넣어가면서 까지 살려두려는 이유는, 사람들이 신선한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제나 몇 시간 전에 잡혀서 해체되어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 먹겠다고 결정을 하고 나서 바로 해체되어 탁자 위에 올라올 그 신선한 물고기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리 해도 내가 원하는 물고기를 바다에서 끌어올려 바로 집 근처로 배달 시킬 수는 없기에, 동네에 있는 횟집에 물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시킨다. 내가 물고기를 먹고 싶을때, 그 순간에 죽게 하기 위해서.




결국 물고기를 어항 안에 살려 두는 것은, 내가 원할 때 그 물고기를 죽게 하기 위해서이다. 수조 안에서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며 물 속을 누비는 것은, 물고기가 그곳에서 최대한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입 속에 들어올 그 물고기의 고기 한 점이 최대한 좋은 맛을 지니고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어항은 물고기를 살리는 공간이지만, 그것은 물고기를 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생각하니,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물고기가 불쌍하다던가, 그러니까 물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돈을 내고 고기를 먹는 입장에서 그런 생각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다. 신선한 물고기 회 한 점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결국엔 사람은 무언가의 고기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활기찬 듯 보이는 어항 속의 물고기 모습이, 사실 물고기의 생존이 아니라 사람들의 만족감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묘하게 횟집에 가서 물고기를 주문하는 것이 버겁다. 비록 그 물고기가 맛있고, 내 결정으로 도축될 고기가 맛있다 하더라도, 내가 내린 결정으로 살아 있던 것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직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에게 그것을 위임했을 뿐,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결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20190525_19355535.jpg 맛있기 먹기 위해 살려두는 횟집 어항 앞에서, 나는 매번 기분이 묘해진다. 2019 05, 서울 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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