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은 배우고 좋은 것은 기억하기
고등학교 때 나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다른 부모님들이 그렇듯이 우리 부모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나중에 대학 가서 하라고 했고, 대학이 인생을 결정하니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취미들이 많았고, 나는 내 주관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며 놀았던 것 같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대학에 간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하지 않았던 공부에 비하면 꽤 운 좋게 대학을 가게 되었다.
뭘 하든 간에 대학에 가서 하라고 하던 부모님이 말 한 대로, 나는 대학에 가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이 가족행사가 있거나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 우리 애가 이번에 어디에 들어갔다 하면서 기싸움에 성공할 정도의 대학은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니는 것이 손해인 대학은 아니었고 나름 많은 경험을 했었다. 그런데 대학에 간다고 해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에 비교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에 따른 책임도 져야 했고, 나는 그 책임에 대해 배운 적이 없으니 알지 못했다.
비단 대학 뿐만이 아니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 연애는 나는 연애의 모든 부분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상상만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고, 나도 그랬다. 분명히 연애를 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그건 내가 일전에 생각했던 것 만큼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상대의 감정도 받아들이면서,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않을 감정이나 처하지 않을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마 연애 이후로, 무언가룰 하면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는 배움을 얻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교환학생을 갈 때도, 가서 좋은 일만 생기진 않을 거고 안좋은 일도 분명히 생길 거라고 느꼈다. 그래서 생각도 많이 하고 걱정 하면서 이것저것을 준비했던 것 같다. 내가 각오했던 최악의 상황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인지, 나중에 알게 된 사람이 해외 생활을 하고 싶어하자 해 주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최선을 기대하고 최악을 상상하지만, 그러지 말고 최악을 기대하고 최선을 상상하라고 했었다.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할 때 막연히 그것이 좋은 일일 것이라고 상상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거쳐오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대학에 가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교환학생을 갔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 그때와는 다른 다양한 것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 요리도 하고, 소모임도 하고, 일도 하고, 운동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 항상 좋은 것들이 있으면 신경 쓰이는 것들도 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피로감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잠깐, 어차피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면 그것 때문에 힘든 것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었다.
무언가 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투영한다. 그래서 그 경험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경험을 하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살면서 기분 좋기만 한 일은 없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것이 삶에서 무언가를 배워나가고 얻어가는 과정 아닐까 싶었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그것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자신에게 남는 기분 좋은 경험을 기억하여 남기는 것. 거짓말이 아닌 이상 그 어떤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없고, 결국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