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안 먹던 사람

음식, 뜻밖의 발견

by 문현준

옛날 마라탕 인기가 정말 좋던 때가 있었다. 온 동네에 통신사 대리점마냥 마라탕 가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하고, 마라수혈 해야 한다는 개그가 인터넷에 넘쳐났다. 유행을 충실히 따르는 마라 탕수육, 마라 치킨, 마라 라면, 마라 떡볶이, 마라 과자 같은 것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마라탕이 그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다가 마라 아이스크림까지 내는 것 아닌가 싶었던 내 불안은, 고추기름과 함께 준비된 마라 아이스크림을 진열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사진을 보며 정점을 찍었다.




내 친구 중에 한 명이 그때가 조금 지나고 나서 마라탕에 완전 푹 빠져 버렸다. 원래 국밥을 잘 먹고 국밥 속의 내장 건더기에 환호하던 친구였지만 이젠 마라탕이라는 메뉴에 흥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 것을 보며 취향은 다양하다 생각했지만, 종종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만날 때 곧죽어도 무한리필 훠궈집을 선택하는 것을 보며 나는 조금 다른 메뉴가 먹고 싶어지기도 했다. 물론 훠궈와 마라탕은 다른 느낌이겠지만 그 친구는 약속이 있을 때는 특별하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훠궈를 선호하는 듯 했다. 마라탕 느낌도 내면서 말이다.




사실 나는 마라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 의지로 마라탕을 먹겠다 결정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마라탕의 맛은 나에게 매우 자극적이었다. 특유의 자극적인 향신료에서 나는 풍미는 겨울에도 몸을 뜨겁게 하고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었는데, 이게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마라탕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재료를 넣고 끓이는 것 외에는 딱히 대단한 것이 느껴지지 않고, 대부분의 마라탕 가게가 비슷한 재료를 구비하고 있어서 가게마다 다른 특색을 느끼기도 힘든 것이 아쉬웠다. 소품이나 구비해 둔 간식, 종업원들까지 대륙의 기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은 그 특유의 분위기는 떼고 보더라도 그랬다.




그래서 회사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 종종 마라탕을 먹으러 가면 나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곳에 가면 큰 마라탕을 끓여서 나눠 먹었는데, 네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두 함께 밥을 먹는 옛날 조직 특성상 마라탕집에 도착하면 각자가 원하는 재료를 넣어서 하나의 큰 마라탕을 주문했다. 중국식 당면이나 옥수수면 같은 것을 다양하게 넣어 끓이고 각자 양념에 마라탕 건더기를 찍어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데, 평소에 탄수화물을 많이 먹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회사 사무실을 옮기고 나서, 건물 지하 빈 공간에 마라탕 가게가 들어온 것을 보았다. 가끔 먹으러 갔지만 이번에 달라진 것은 한 사람당 하나씩 마라탕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똑같은 마라 맛이고, 넣는 재료도 모두 이전에 봐 오던 것이라 특별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익숙한 야채, 익숙한 두부, 익숙한 고기, 익숙한 앙념. 종종 먹었지만 크게 대단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고, 가끔 나에게 뭐 먹을 것이냐고 물어봐도 나는 한번도 마라탕을 먹자고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그날은 꽤 흐렸고, 나는 뭔가 따뜻하고 진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근처의 국물 요리들 중에 진한 요리란 설렁탕 집 정도인데 꽤 자주 가서 다른 것이 먹고 싶었다. 문득 마라탕이 떠올랐다. 꽤 오래 안 먹었으니, 한번쯤은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나는 내 선택으로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릇을 하나씩 들고 마라탕 재료를 고르는 것이 약간 다르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마라탕에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재료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내 취향 따라 탄수화물을 줄이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마라탕은 끓여져서 나오는 재료를 내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은 맛보기 용으로 당면이나 분모자 작은 조각만 넣어도 되고, 야채를 가득 넣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보통 일반적인 점심 메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백질이 풍부하다. 두부를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좋은 일인가.




탄수화물은 적고, 야채와 단백질은 많게. 내 취향이지만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참 맞추기 힘든 식단을, 마라탕을 먹으니 너무나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마라 농도를 조절하니 생각보다 강한 향신료 풍미가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주저 없이 마라탕을 골라도 좋겠다 싶었다.




마라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점심 메뉴로 마라탕을 선호하게 되다니. 음식을 선택하는 사람의 취향이란 정말 갑작스러운 이유로 바뀌기도 하고, 그런 사람에게 음식은 종종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느날 갑자기, 마라탕은 좋은 식단조절 메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9 09, 서울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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