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떠나는 일본 여행기
내 동생은 운동을 해서 1년 중 정해진 시간에 여행을 가거나 하곤 한다. 아직 코로나가 없던 시절이라, 동생은 나와 일본여행을 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생이 온 가족끼리 한번 가 보면 어떻겠냐 해서, 나도 온 가족이서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괜찮겠다 싶었다.
여기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가족여행은 사실상 그 중에 중심역할을 하는 사람 한 명이 모두의 욕구를 고려하여 일정을 짜게 되며 자의 반 타의 반 가이드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그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여행을 가는데 그런게 크게 대수일 것인가 생각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네 명의 가족, 네 명의 취향, 네 명의 생각. 숙소를 예약하고 동선을 체크하는 동안 불협화음은 마치 전기밥솥 조리가 끝나갈 때쯤 나오는 스팀 소리처럼 들려왔다. 나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감당할 수 있다고,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위해 내가 참고 잘 버텨낸다면 나중에 다들 좋은 추억을 가져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고통이라는 것은 고통이 시작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니, 마치 열탕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 뜨거움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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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모두가 겨우 시간을 맞춰 떠나는 여행의 계획은 이러했다. 첫날 온 가족이 아침에 여유있게 일어나서 각자 꼭 필요한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서 후지산 근처의 유명한 호수에 있는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그러고 저녁을 먹고 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생의 여권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운동선수인 동생은 그때 국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용도가 제한된 여권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권이 기간 한정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횟수 한정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동생의 여권은 횟수를 사용하여 만료된 상태였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출국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어쩐지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며 생각했던 불길한 미래에, 동생의 안색이 급격히 안좋아졌다. 동생은 자기는 못 갈것 같으니 나와 부모님만 다녀오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무슨 나는 여기까지고 너희들은 앞으로 나아가라, 같은 소리인가. 우리 가족은 그때 이야기 했다. 갈 거면 같이 가는거고, 아니면 다 같이 안 가는 것이다.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의 비행기는 탈 수 없는 상황, 일단 빠르게 항공권을 취소하고 차후 대책을 논의했다. 동생이 출국할 수 있도록 임시여권을 발급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시간을 늦춰서라도 출국을 하는 것이 나은 상황이었다. 알아보니, 가능했다. 그렇다면 그것에 맞춰서 진행이 가능한지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부모님은 동생과 함께 임시여권을 발급하기로 하고, 나는 그 이후에 여행을 진행할 수 있는 항공편과 교통수단을 확인하기로 했다.
나와는 성향이 매우 달라서 항공사를 매우 따지는 동생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다행히 저가항공사 항공기를 이용해 갈 수 있는 일정이 있었다. 기존에 있던 모든 교통편을 취소하고, 항공권, 공항 교통까지 차례로 예약한다. 숙소에 도착하면 늦는 시간이 되고 예약한 저녁을 먹을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은 오늘 예정대로 도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다행히 약간의 절차 끝에 동생은 임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모든게 끝나고 나서 항공사 부스에 가서 못 탄 항공편을 환불받으려고 한다. 환불받으려고 하는 항공권을 이야기 하면서 원래는 그 비행기에 타고 있었어야 했는데요...라고 말 하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재미있다. 항공권을 환불 하기 위해서는 나중에 다시 고객센터로 연락을 달라고 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짧은 시간 안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건수들을 해결하고 긴장이 풀린 것 같아, 카페에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비록 출발하기로 한 시간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였지만, 여하튼 그렇게, 온 가족이서 떠나는 일본여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