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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 먹으면 안 되는 사람들

여행의 시작은 조식부터

by 문현준

오랜만에 다 같이 시간을 맞춘 가족 여행, 하지만 동생에게 문제가 있어 출국을 못 할 뻔했었다. 그러나 어찌어찌 방법을 알아내 여행을 와서 문제 없이 목적지였던 일본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오후 도착이던 것이 밤 12시에 도착으로 바뀌었지만.




여하튼 도착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전 유리창을 쳐다봤었다. 유리창에는 하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저건 왜 붙어 있는걸까 하고 궁금해했던 나는, 다음날 아침이 되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음날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이 보이는 유리창 너머에, 후지산의 하얀 윗부분이 보였다. 하얀 스티커가 붙어 있는 방향이었다.




후지산이 유명하다고 이야기만 들었을 뿐 직접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던 나는, 산 위에 눈이 두껍게 쌓여 있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눈이 쌓인 위쪽 옆으로는 하얀 것이 일렁였는데 구름인지 아니면 바람이 불어서 생긴 눈보라인지 알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맑게 갠 하늘을 배경으로 보였던 후지산




다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후지산 구경을 하고, 간단한 정리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여행지의 아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조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어디를 가던 간에 그 숙소의 수준은 조식에서 볼 수 있다는 뭔가 이상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말은 우리 가족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우리 가족은 모두가 식성이 조금씩 달랐다. 나는 뭐든 잘 먹지만 싫어하는 것은 안 먹고, 엄마는 뭐든 잘 먹고, 동생은 가려 먹고 싫어하는 것은 안 먹고, 아빠는 투덜투덜 대면서 잘 먹었다. 특히 아빠는 예전에도 무슨 일본을 가냐 이젠 한국이 더 재밌다 하면서도 가면 항상 잘 드시고 구경 잘 하시는 것이 인터넷에서 흔히 들려오던 그 나이대 아빠의 모습인가 싶었다.




여하튼 각각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가족이 아침에 밥을 먹으러 가니, 넓은 공간에 다다미가 깔린 곳이 있다. 손님을 따로따로 받는 것이 코스가 조금 다른가 싶지만, 일단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직원에게 아침을 먹으러 왔다고 하니 준비된 자리로 안내해 준다.




자리에 앉으니 놓여 있는 찬들이 보인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도시락 상자 같은 것 안에 반찬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고, 밥과 국은 앉고 나서 자리로 직접 가져다 준다. 작은 냄비에 불을 붙여 주는데 뭔가 해서 열어보니 베이컨이 들어 있다. 날계란을 깨서 후라이를 해 먹으라는 것 같다.




작게 구운 연어토막, 고춧가루가 없는 야채절임, 작은 용기에 담긴 계란찜 등 일본 느낌이 나는 음식들을 밥과 번갈아 가며 먹어본다. 재미있는 것은 동생과 아빠가 어디서 뭘 가져와 먹는 것을 보니, 낫토이다. 청국장 느낌이 나는 발효콩인 낫토는 아무리 봐도 내 취향이 아니다. 엄마랑 나는 안 먹고, 아빠와 동생은 먹는다. 혈액형도 같은데 취향이 이렇게 나눠지니 신기하다. 혹시 해서 낫토를 한 입 같이 먹어보니, 역시나 다시 한번 느낀다. 내 취향이 아니다.




입맛이 확고한 동생은 차려주는 정찬보단 마음껏 다양한 음식을 먹는 뷔페식의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공들여 준비되는 음식은 뷔페나 정찬이나 둘 다 맛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조식은 하루의 첫 끼니와 함께 그 나라의 문화를 알기에 최적이다




각각 다른 취향이지만 조식 먹는 것 하나에는 진심인 가족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안 맞는 것은 있다. 좌식 생활은 나에게 너무 맞지 않아서, 허리가 깊은 산허리처럼 굽어 버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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