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명산 구경

후지산 가족여행

by 문현준

여권 문제로 무산될 뻔 했던 일본 가족여행이었지만, 겨우 문제없이 출국해 숙소에 도착하고 다음날 조식까지 든든히 챙겨 먹었다. 다음날은 날씨가 화창해서, 후지산 근처에 잡은 숙소에서 후지산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번 가족여행은 정말 오랜만에 가는 해외 가족여행이었기에, 일정계획을 잘 해야 했다. 내가 가고 싶은 일정은 따로 있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런 일정을 짜야 했다. 그래서 숙소 근처를 큰 힘 들이지 않고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명소들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케이블카 정거장이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후지산과 호수 전망을 볼 수 있는 케이블카 정거장이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온 가족과 함께 가니 벌써부터 케이블카 정거장에 줄이 생기고 있었다. 다행히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아서, 금방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후지산과 함께 그 주위의 전망이 넓은 시선 안에 모두 들어왔다. 후지산 뿐만이 아니라 먼 곳의 눈 쌓인 산맥까지 보였는데, 작은 매점도 있어서 이런저런 간식거리를 팔았다. 녹차 음료와 떡꼬치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먹으면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으로 찍었다. 그래도 조금 높은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가웠는데, 다행히 엄마가 얇은 바람막이를 건네 주셨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니, 아래쪽 케이블카 전망대 입구에 있는 트럭이 보였다. 작은 트럭은 이런저런 과일들을 소포장해서 팔고 있었다. 다양한 과일들 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하얀 딸기였는데, 보통 딸기가 빨간 색인데 이 딸기는 겉이 하얀 색이었다. 요새는 한국에서도 하얀 딸기를 몇 번 본 것 같지만, 이때는 이게 아주 신기했다.




동생이 사먹길래 한입만 달라고 했다. 그럴 바에 그냥 사먹으라는 말에, 나는 그냥 한 입만 먹으면 된다고 했더니 질색팔색을 하길래 나도 하나 사먹었다. 어차피 나는 맛만 보면 되는데 굳이 한개를 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요즘 생각하면 나도 하나 사먹는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동생이 신기한 간식을 사먹으면 나도 한입만 먹어보자고 하곤 한다.




하얀 딸기의 색은 신기했고 딸기우유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유치한 상상을 했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인지 맛은 그냥 딸기와 비슷했다.




IMG_1162.JPG 화창한 날씨에 펼쳐진 후지산의 전망




IMG_1159.JPG 매점에서 사먹었던 간단한 음식들




IMG_1163.JPG 신기해서 사먹었던 하얀색 딸기




케이블카 구경을 마치고 나서 바로 앞쪽의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호수 주위에는 오리배나 보트 같은 것들이 뭍에 올라와 있었다. 여름에는 보트를 타고 호수를 구경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호수 주위로는 편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는 않아도 인도를 따라서 걸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면서 걸어다니기 좋았다.




호수 근처를 돌면서 혹시 벚나무가 있는지 열심히 찾았다. 시기상으로 벚꽃이 피었을 것 같은데 아직 벚나무를 한번도 못 본 상황이라, 숙소 직원에게 어디서 벚꽃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본 상태였다. 직원이 호수 주위에 몇 곳 핀 곳이 있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조금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큰 벚나무가 꽃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한번 그쪽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벚나무 아래에서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잘 피어있는 벚꽃 아래 호수가 있고, 그 너머로 후지산의 눈 쌓인 하얀 부분이 보였다. 이곳 맞은편에도 호텔이 있었는데, 동생은 이 풍경을 보면서 이곳에 예약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후지산은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어떤 느낌으로 생겼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니 이야기로 듣던 것과 비슷해서 신기했다. 호수 위의 후지산과 벚꽃이 어울린 광경은 아름다웠고, 가족과 함께 그것을 보고 있어서 더 소중한 순간이었다.




IMG_1173.JPG 후지산, 벚꽃, 호수가 어울렸던 멋진 풍경




호수 구경까지 마치고 나서, 마지막 일정으로 후지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사실 후지산 위쪽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 있고, 후지산 꼭대기에서 꽤 가까운 버스정류장에도 갈 수 있다고 들었다. 일본에 왔으니 후지산 꼭대기 까지 올라보고 싶다는 아빠의 말에 꼭대기까지 가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궁금했지만, 위쪽까지 올라가면 더 좋은 풍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직 눈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날씨 때문인지, 꼭대기 아래 첫 번째 버스 정류장까지는 갈 수 없었다. 아쉽지만 어쨌든 출발하여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니, 버스는 후지산으로 점점 다가가며 숲길을 달려 후지산 위쪽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따뜻한 버스 안에서 볕을 받으면서 밖에를 구경하다 보니 고도 변화로 귀가 불편해지며 동시에 졸음이 찾아왔다. 꾸벅거리며 조는 사이에 아빠와 엄마가 내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성격이 까다로워서 어디 낙하산 같은데 가서는 일을 못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렇게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가다 보니, 갈 수 있는 최대한의 주차장에까지 올라갔다. 아마 4번째 정류장 이었던 것 같다. 모든 버스가 이곳에 내려서 관광객을 쏟아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크게 화려한 전망대는 없고 조금 높은 단상이 있었는데, 이곳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올라가 봤지만 푸른 하늘 아래 직사광선이 바로 내리쬐어 생각보다 전망이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너무 높이 올라왔는지 아래쪽의 세부적인 지형지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다만 아주 먼 곳에 있는 눈 쌓인 산맥이 벽처럼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대자연의 거대함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이곳에도 작은 매점이 있었는데, 후지산 공기가 들어 있는 깡통을 팔기도 했다. 맨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이상한 것을 팔고 있나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기념품으로 좀 사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구경을 하고 밖에 나가서 버스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어슬렁대고 있으니, 어느 외국인 부부가 툭툭 치면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사람을 치면서 부르는 그 느낌이 어디에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IMG_1179.JPG 후지산 상부 중턱에서 봤던, 아래쪽 전망




IMG_1180.JPG 좁은 곳에 사람들이 발디딤 틈 없이 서서 전망을 구경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저 거대한 산의 중턱에 올라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비록 일본의 후지산 꼭대기를 밝아 보겠다는 아빠의 소망은 이루지 못해 아쉬웠지만, 거대한 후지산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일본에는 후지산에 안 간 사람도 바보이고, 후지산에 두 번 올라간 사람도 바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위에서도 구경해 보고 멀리서도 구경해 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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