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이 달라진 사람들
아침은 항상 일어나기 힘들고 일 가는 것이 귀찮지만, 나는 아침식사는 가급적 챙겨 먹으려 한다. 늦잠을 잔다거나 하면 나가서 다른 것을 사먹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전날 밤에 챙겨둔 아침식사를 먹는다. 그릇 안에 밥을 조금 담고, 같이 먹을 음식을 담는다. 카레나 고기볶음 같은 것을 담아서 실리콘 뚜껑을 넢어 냉장고에 넣어둔 뒤, 다음날 아침은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먹는 것이다. 그릇도 하나밖에 나오지 않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항상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엄마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다. 엄마는 밥을 밥그릇에 담아서 먹고, 반찬을 반찬그릇에 담아서 먹는다. 밥은 밥 따로 꺼내고 반찬은 반찬그릇에 담긴 상태 그대로 먹는다. 같이 먹을 쌈야채 같은 것을 먹으면서 여러 개의 그릇을 상 위에 둔다. 먹을 때 그릇이 하나밖에 없는 나를 생각하면 차이가 크다.
나는 이것이 반찬의 차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반찬을 안 먹고, 엄마는 두 세 가지의 반찬을 꺼내놓고 먹는다. 물론 밥과 같이 먹는 것을 반찬이라고 할 수 있고, 나도 동시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을 때도 있지만, 나는 보통 그것을 한 접시 위에 모두 담아서 먹는다. 하지만 엄마는 달라서, 반찬 하나당 접시 하나를 쓴다. 반찬을 밥 말고 다른 것을 새 접시에 담는다 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반찬을 거의 안 먹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내가 그렇게 먹었을까 생각을 해 보니 어쩌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옛날에도 접시에 밥을 올리고 다른 반찬을 올려서 접시 하나만으로 자주 먹곤 했었다. 닦아야 하는 접시가 늘어나는 것도 귀찮고, 나는 김치도 안 먹다 보니 보통 밥을 먹을 때 반찬이 하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반찬을 여러개 준비해서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보통 한 주에 먹을 것 하나만 준비해 둔다. 만들고 나서 오래된 나물 반찬이나 장류 같은 것들이 냉장고에서 계속 한 자리 차지하는 것도 내 취향이 아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 우리 가족이 같이 모여 밥 먹을 때는 지금 내 취향과 많이 달랐다. 밥이 있고 국이 있고 반찬이 있었다. 내가 항상 먹는 반찬은 정해져 있었지만 어쨌든 상 위에는 몇 가지 반찬이 있었다. 다 같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다 먹고 나서 정리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다른 곳에서 각자 밥을 먹고 다른 음식을 먹는다. 옛날처럼 모여서 밥과 국 반찬이 있는 식사를 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날이라 일 년에 몇 번 없을 정도이다.
이젠 그것이 단순히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문화가 변한 것 같아서, 앞으로는 그렇게 밥 먹을 일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도 종종 엄마가 밥과 몇 개의 반찬으로 식사 하시는 모습을 보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내가 보는 마지막 식사 문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내가 그렇게 밥 먹는 일이 생길까? 아닐 것 같다. 누가 나에게 계속해서 그렇게 해준다 해도,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울 수 있으니 차라리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반찬 먹는 문화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종종 옛날 일이 생각나서, 반찬을 다양하게 내어주는 한정식 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날 특별한 요리를 한다면 전통적인 방식의 반찬과 한식을 준비할 지도 모른다. 비록 더이상 내 생활에 그런 문화가 없다해도, 그 문화를 기억하고 가끔 즐기려 한다면 끊기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문화가 이어진다 해도, 정말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반찬 담아둔 통을 냉장고에서 꺼내 그대로 먹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다. 나는 정말 그것만큼은 이어나갈 자신이 없고, 이어나갈 생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