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족여행 가서 다툰 이야기
도쿄에서의 몇 번째 날이었나 그랬다. 가족끼리 여행을 하다 보면 개인 시간이 있을 수가 없었고, 나는 또 언제 도쿄에 올 지 모르니 나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일정 도중 가족이 잠시 카페에 앉아 쉬는 몇십 분 사이에 내 물건을 사러 다니곤 했다.
그때도 아빠는 스포츠 용품을 찾으러 가게에 가고, 나도 근처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 동생과 엄마가 잠시 앉아서 기다릴 만한 카페를 찾아 다니다가 괜찮은 곳이 있는 것 같아 들어가 보았다.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다행히 엄마와 동생이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있었다.
카페 사장인 것 같은 노부부와 함께 젊은 직원이 일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직원이 한국 사람이었다. 편하게 한국어로 조용히 주문을 하는데, 세 명이서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자리를 잡으려면 세명이 반드시 모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리에 착석을 하려면 일행이 모두 도착해야 한다는 뜻으로 말 한 것 같은데, 아마 그때 전달이 잘못 되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그 말이 이해가 안되기도 했고, 빨리 동생과 엄마가 쉴 자리를 확보하고 나서 내 일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한 사람당 메뉴를 주문했는데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만 하느냐, 라고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렇다는 점원의 말에 엄마가 굳이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좀 쉬고 가면 어떠냐 라고 했는데, 나는 그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내 표정이 심각하게 좋지 않았는지, 엄마도 표정이 매우 굳었다. 그 상황에서 자리를 뜨기는 좋지 않았고, 결국 나와 엄마와 동생은 카페에 앉아서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메뉴가 나오고 나서도 우리는 한참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엄마는 내가 앉아서 잠깐 쉬고 뭐라도 먹고 가라는 말에 짜증을 낸 것처럼 받아들이신 모양이었다. 나는 굳이 그곳에 앉아서 자리를 뜰 수 없다고 하는 직원의 응대가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그게 엄마에게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았다. 어찌어찌 오해는 잘 풀리고 이야기를 잘 나눴지만, 그때 잠시나마 좋지 않았던 분위기는 나에게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가족이 다들 성향이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니,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각자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하다 보면 다툴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동생은 가 보고 싶었던 장소를 못 가보고 먹고 싶었던 것을 못 먹은 것이 많았다. 아빠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여행 계획을 짜던 대로, 중요한 것들만 정하고 나머지는 좋게 말하면 여유롭게 나쁘게 말하면 안일하게 결정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했다. 각자 원하는 것을 미리 확인하여 일정을 잘 짜고 그걸 미리 알고 진행했다면, 싸울 일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가족여행 가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여태까지도 싸웠고, 앞으로도 싸우겠지. 하지만 담번엔, 좀 더 덜 싸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