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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게임 안 하는 사람

하지만 잠깐 했다가 그만둬 보았다

by 문현준

요새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하철에 타거나 버스에 타면, 작은 화면 안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몰두하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갈수록 좋아지는 핸드폰의 사양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게임에 몰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는다. 사실 대학교 때 이런저런 게임을 했던 적은 있지만, 작은 도시를 키우는 게임을 하다가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내가 도대체 얼마나 이 게임을 하는지 한번 시간을 재 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의도적으로 핸드폰 게임은 안 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에 갑자기 핸드폰 게임을 하게 되었다. 퍼즐게임에서 재도전 할 수 있게 해주는 하트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들어서, 게임을 깔아서 하트를 열심히 보냈다. 그런데 하트를 보내다 보니 나도 조금 하게 되어서, 정말 오랜만에 게임을 하게 되었다.




많이 본 것 같은 퍼즐게임이었다. 똑같은 물건을 모아서 쌓이는 장애물을 제거하여 점수를 올리고 목표를 완수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다만 핸드폰 게임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장애물이 없어질 때 손 안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 감각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게임을 일상의 일부로 습관처럼 받아들이고 주기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할 지, 그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은 무엇일까 찾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주는 보너스가 연속으로 받을 때마다 더 커진다던가, 게임 안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화를 준다던가 하는 것들.




퍼즐 게임을 하다 보니 다른 게임에도 관심이 생겨서, 문득 아주 옛날에 내가 했던 다른 핸드폰 게임도 생각이 났다. 땅 위에서 몰려드는 좀비를 비행기에서 포격해 없애는 게임이었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오랜만에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한번 설치해 보았다. 그걸 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동생이 어쩐 일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냐면서 신기해했다.




그렇게 2주 정도는 꽤 재미있게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아침 저녁 지하철 안에서, 잠깐 화장실 앉아서, 몇 시간 마다 한번씩 눌러서 게임 내 재화를 얻기 위해 꾸준히 무언가를 했던 것 같다. 분명히 내가 이전엔 이 게임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갑자기 바빠져서 심적 여유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귀신같이 게임을 손대는 일이 없어졌다. 아마 나는 게임을 통해서 휴식을 하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얻고자 했던 모양이다. 게임을 어느 정도 해 보고 나니, 바쁜 상황에서 더이상 게임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게임이 그정도로는 즐겁지 않고, 그렇게까지 얻을 것이 없었던 모양이다.




일 주일 전까지만 해도 틈틈이 하던 게임이, 이젠 그 존재조차 가물거릴 정도로 빠르게 잊혔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것도 있고 질리는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간에 별로 얻는 것이 없는 것들이 있다. 내가 짧은 시간 했던 게임이, 아마 그런 것이었던 모양이다.



P20201023_174118012.jpg 핸드폰 게임이 재미 없어진 것은, 더이상 새로운 것을 못 느껴서였던 것 같다. 2022 10, 서울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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