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찾던 일본 친구
이번에 일본 가족 여행을 하면서 아빠가 오기 전부터 하던 말이 있었다. 옛날 아빠가 단체 행사 관련 일을 할 때 일본의 단체와 교류하면서 어떤 일본 사람을 알았었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겨서 그 사람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그 분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일본에 갔을 때 많이 안내해 주시기도 했고, 내가 새를 좋아한다고 하시니 새 그림이 들어간 일본 책을 선물해 주셨었다. 고등학생 때는 한국에 오셔서 집을 방문하시기도 했는데, 방에서 나와 인사를 하는 나에게 방에 들어가 된다는 말을 눈빛으로 하셔서, 시간 있습니다 라는 말을 겨우겨우 짜내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날 나눴던 짧은 대화의 기억들도.
나도 그 분과 다시 연락이 닿는다면 좋을 것 같아서, 일본에서 잠깐 만나 같이 밥을 먹은 일본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아빠는 옛날 행사 시절 가지고 있던 친구 분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내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분에게 전화를 해 달라고 해서, 운 좋게 문자로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아빠는 친구에게 보답을 해 주고 친구에게 통역을 부탁할 수 있겠느냐 했는데, 나는 그것까지는 친구에게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안 되겠다고 했다. 대신 아빠에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쓸 수 있는 일본어 번역기 쓰는 법을 알려드리려 했다.
그리고 온 가족이 저녁에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자 멀리서 익숙한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랜만에 본 것일텐데 두 분은 서로를 알아보셨다. 그때 같이 행사 일을 하던 다른 분도 같이 오셨는데, 오랜만에 만나 인사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나도 그분을 아주 오래 전 보고 나서 보지 못했었는데, 어렴풋이 옛날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호텔에서 가까운 음식점에 가서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본어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나는 번역기를 안 쓰고 어떻게든 대화를 하고 싶어했지만, 조만간 대 일본어 실력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해서, 최대한 번역기를 쓰면서 이야기 하게 되었다.
아빠 친구분에게 가장 고마웠던 것은, 온 가족이 아주 어릴 적 일본을 갔을 때 그 분이 사진을 찍어 주셨었는데, 그 사진을 모두 이미지로 바꿔서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가지고 있는 사진도 모두 없어져서 이젠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것들이었는데, 사진을 파일로 전달받아 핸드폰으로 보고 있으니 아주 어릴 적 나와 동생의 모습 그리고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상상도 하지 못한 선물에 정말 감사했다.
아빠는 내가 여행 도중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내가 하는 블로그를 아빠 친구분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내가 10 년 동안 어느 가족에게도 걸리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하던 블로그였다는 점만 빼면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빠 친구분은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면서 신기해하셨다.
우리 가족은 한국인이고 같이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 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자기가 빅뱅 팬이라고 이야기 하던 점원, 우리는 형제라고 껄껄 웃던 아빠와 아빠 친구, 그날 먹었던 음식과 나눴던 대화들이 있던 그 날의 기억. 오랜 친구를 만난 아빠였지만, 나도 문득 오래 전에 알고 있다가 잊어버린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좋았다.
또 그 여행이 있은 뒤로, 그 분을 만난 뒤로도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다시 한번 연락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변변한 사진 하나 남겨놓지 못해서 잔뜩 남겨놓은 음식 사진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