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일본여행의 교훈
정말 오랜만에 온 가족이 같이 일본 해외여행을 갔던 그때, 마지막 날 일정은 크게 대단한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문제 없이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고, 비행기를 타기 전 짧은 시간 이런저런 것을 사러 돌아다녔다.
동생과 같이 먹었던 공항에서의 음식이 정말 맛이 없었는데, 첫날 공항에 도착해서 급하게 먹었던 공항의 밥이 꽤 괜찮았던 터라 정 반대의 경험인 것이 신기한 정도였다. 잠깐 서로 필요한 것을 찾아서 각자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동생에게 문자 폭탄이 와서 알고 보니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직전까지 남은 상황이었다. 왜 그걸 몰랐는지, 급하게 비행기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비행기는 떠오르고, 동생은 이래서 비행기에 돈을 써야 한다면서 출발했을 때 급하게 탔던 저가항공보다 훨씬 자리가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높은 곳을 안 좋아하는 동생은 곧 잠에 빠져들고, 창가 자리에 앉은 나는 창 밖으로 산과 하늘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의 마지막이 그곳이었다.
온 가족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때였다. 누구는 서울 밖에 있고, 누구는 일 년 중 특정한 시간 때에만 시간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시간을 맞춰서 다 같이 그것도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동생의 여권이 쓸 수 없게 되는 위기까지 겪었지만, 어떻게 문제 없이 일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여행 준비를 너무 안일하게 했던 것 같다. 나는 원래 여행을 갈 때 정말 중요한 숙소나 이동수단 정도만 생각하고, 거기 가서 뭘 할지는 가서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건 내가 혼자서 여행을 다닐 때는 괜찮았지만, 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특히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갈 때는 더욱.
성향이 다른 가족들과 간다면 그 여행 구성원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로가 불만이 없도록 미리 일정을 잘 준비했어야 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을 잘 채워주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채울 때 누군가는 힘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건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가기만 한다고 해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어차피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 되는 거 아니냐, 편한 가족끼리 가는 여행인데 가서 그냥 즐겁게 놀면 되는 것 아니냐, 같은 말이 있겠지만 내가 느낀 것은 전혀 반대의 것이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고,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 되는 것은 없으며, 가족끼리 편하기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좋은 게 좋은 것은 없다.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이 있을 뿐. 다음 번 또다시 가족여행을 떠날 땐, 절실하게 느낀 교훈을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