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가 바뀔 때의 마음
최근 몇 년간을 잘 생각해 보면 연말이 별로 즐거웠던 적이 없었다. 나에게 연말이란 보통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주말이나 휴일의 일부였던 것 같다. 항상 주말이나 휴일에 하던 것을 할 뿐, 연말이라고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의 휴일과 다른 것이라면, 연말에는 일전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나는 올해 뭘 했냐, 하는 것이다. 나는 올해 시간을 어떻게 썼고 무엇을 이뤘는가, 어떤 것을 했고 어떤 것을 하지 못했는가 하나씩 짚어보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하려고 했던 것을 이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열심히 하면 이룰 수 있다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을 이룰 수 있는가 사이에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정답을 찾는 사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쨌든 간에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원래 사람이란 손 안에 쥐고 있는 것보다 손 사이로 흘러나간 것만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고 해도, 지나버린 시간에 놓친 것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올 한해 무엇을 했는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음 해에 무엇을 할까도 생각해 보게 된다. 대학 시절 생각하던 방식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새해 계획은, 마치 초등학교 때 떠올리던 대통령이 꿈이에요 하는 것처럼 부질없어졌다. 목표란, 하고 싶은 것이란, 대부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밖에 있다는 것을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는 정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들만 목표로 세워 보았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새로운 성취와 배움으로 채울 수 있는 삶. 거창하고 구체적인 목표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세울 수 없는 목표를 세우고, 왜 그것을 지킬 수 없는가 생각하는 것보단 백번 천번 나은 일이다.
지나간 해를 맞이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간. 나는 그 때가 되면, 항상 가벼운 회의감을 앓는다. 그마저도, 일상의 회의감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