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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은 힘들지만, 한 명은 괜찮아

동생과 함께 떠난 일본 여행

by 문현준

때는 2017년, 마스크도 없고 비싼 항공권도 없던 시절.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동생은 1 년에 한 번 길게 시간이 나는 때가 있다. 나는 그때 휴가를 비교적 편하게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고, 동생과 함께 일본을 가기로 했다.




사실 동생과 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동생은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다니고, 나는 먼 거리도 걸어 다닌다. 동생은 숙소에 돈을 안 아끼고, 나는 돈 안 아끼는 법을 잘 모른다. 동생은 불편한 것을 안 참는 성격이고, 나는 안 참는 것을 잘 참는 성격이다. 같이 여행 가면 싸우기 딱 좋은 성격이다.




하지만 동생과 여행을 갔던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크게 다퉜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가거나 온 가족이 함께 간 여행에서는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적이 많았는데, 동생과 함께 갔을 때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같이 있는 가족이 한 명 밖에 없고, 내가 한 명에게만 오롯이 맞추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종종 말씀하셨던,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이 좋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사진을 다시 보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니까.








아침 일찍 동생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서울 곳곳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있고 사람이 많아서 못 탈 때도 있던 그때는 지금과 너무도 달랐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탈 준비를 마치고, 공항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공항 음식이 맛이 없고 비싸기로 유명하다더라,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동생 사진을 열심히 찍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틈틈이 동생 사진을 찍었다. 정색하는 동생의 사진이 많았다.




짧은 비행 후 도착한 오사카 공항은, 흔히 봤던 만화 캐릭터들의 조형물과 벚꽃 같은 조형물들로 가득했다. 공항에서 출발해 숙소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타는데, 중간에 잘못 탔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그냥 택시를 타면 되지 뭘 전철을 타냐는 동생을 갖은 말로 구슬려 가며 전철을 탔기에 동생이 또 투덜덜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전철을 갈아타고 숙소로 갈 수 있었다.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로 가던 전철 안




체크인 해서 찍은 오사카 시내 전경




나 혼자서는 절대 가지 않을 비싼 숙소에서 보는 오사카의 전망은 아주 멋있었다. 날이 흐렸지만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잠깐 날씨가 개면서 멀리 있는 산과 오사카의 시내가 보였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동생과 시내 구경을 나갔다. 숙소 근처에서 조금 걸어가 유명한 오사카의 번화가에 가는데, 작은 빗방울이 내리는 도시의 뒷골목이 멋있었다.




이때 도시 골목 구경을 다니던 동생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나중에 동생이 잘 써먹는 것을 보고 사진을 잘 찍었구나 싶었다. 동생이 모르는 사이에 동생의 사진을 열심히 찍었는데,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나중에 보니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던 것을 보면, 나름 괜찮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던 오사카 시내를 동생과 구경했다




동생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 보니 좋았다




동생과 천천히 걸어서 오사카 하면 가장 유명한 번화가인 도톤보리에 갔다. 각양각색의 재미있게 생긴 간판들과 조형물 사이를 걷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사진으로 봤을 법한 유명한 간판이 나온다. 마라톤 선수인 듯한 사람이 양 손을 벌리고 뛰어가고 있는 모습의 간판 아래로, 도톤보리 강이 흐른다.




다들 기념사진을 찍는 장소이지만, 나와 동생은 외국인 반 일본인 반인 인파 사이를 헤치며 음식점 구경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가 괜찮아 보이는 고기집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누구나 알 법한 번화가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이, 한적한 로컬 맛집을 찾는 내 취향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도, 동생과 먹는다면 어디든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들어가 보았다.




하얗게 기름기 풍부한 소고기가 양념에 버무려져 나오고, 한 조각씩 불 위에 구워 먹으니 익숙한 고기구이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우설을 먹어 봤는데, 동생이 우설이 맛있다면서 주문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혀를 먹을 수 있지 하는 생각도 잠시, 동생의 말대로 먹어 보니 우설은 정말 맛있었다. 다만 나는 우설을 계속 씹다 보면 잘못해서 내 혀를 씹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는데, 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동생과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 도톤보리 번화가




마블링 가득 올라온 고기는 맛이 없을 수 없었다




고기를 먹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숙소 지하의 쇼핑몰에 들렀다. 꽤 큰 대형마트가 있어서 이것저것 장 보기 좋았는데, 컵라면이나 맥주 같은 것들을 사다가 방 안에서 먹었다. 동생이 좋아하는 컵라면을 사다가 먹었는데, 안쪽에 유부가 아주 큼지막한 것이 하나 들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동생이랑 성향이 달라도 늦은 시간에 무언가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은 똑같았다. 그래도 동생과 일본 여행 가서 먹는 늦은 시간의 컵라면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첫날 하루를 마무리 하며 먹었던, 큼지막한 유부 들어간 컵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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