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것은 손톱의 성장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요새는 일전에 신경쓰지 않던 행동 하나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바로 손톱을 깎는 일이다. 문득 생활하다 보면 손톱이 생각보다 길어졌네 할 때가 있다. 그 때가 되면 손톱을 깎는다. 손톱깎이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커터칼을 이용한다. 손톱에 칼날을 대고 힘을 주어 살살 밀어내면서, 분홍색 바로 밖의 노란 부분을 잘라낸다.
손톱을 깎을 때마다 나는 내가 어릴 적 부모님이 하던 말을 떠올린다. 부모님은 밤에 손톱을 깎지 말라고 했다. 전래동화를 보면 밤에 깎은 손톱을 쥐가 먹어서 자신과 똑같이 변해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비록 부모님이 쥐를 걱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미신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아마 튀어나가기 쉬운 작은 손톱 조각이 생활공간 사방팔방에 흩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요새 신경쓰이는 것은 손톱을 깎는 일 자체가 아니다. 손톱을 너무 자주 깎는 것 같다. 분명히 엊그제 깎았던 것 같은데, 다시 보면 손톱이 꽤 길어져 있다. 물론 내가 손을 쓰는 작업을 많이 하고 요리를 좋아해서 손톱을 아주 짧게 정리하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다. 이전에는 한번도 해 보지 않던, 손톱이 너무 빨리 자라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갑자기 손톱이 빨리 자라는 것에 이유라도 있는 것 아닐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인터넷의 정보는 반은 걸러 들어야 하지만, 누군가가 말하길,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손톱이 더 빨리 자란다 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하던 일을 똑같이 하는데, 최근 들어서 갑자기 손톱이 빨리 자란다고 생각하는 것은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 아닐까.
사실 손톱은 이전과 똑같이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달라진 것은 손톱이 아니라 손톱을 보는 내 마음일지 모른다. 손톱을 보고 있는 내가 느끼는 시간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 아닐까. 이전에 손톱을 볼 때 일 주일 정도면 손톱이 자란다고 느꼈다면, 이젠 한 이 삼일 정도면 손톱이 자란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손톱이 자란다고 느끼던 시간이, 지금의 나에겐 훨씬 짧게 느껴지기 때문에.
빠른 것은 내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아니고, 내가 흘려보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가, 벌써 1년이 다 갔구나 한 것도 잠시, 어느새 새 해의 첫 번째 달 마지막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손톱은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똑같이 자라지만, 그 손톱을 보는 내 시간은 이전보다 빨리 간다. 옛날에 어떤 분이 나에게 해 준 말이 있었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했다.
그말이 딱 맞다.